[파네라이] 이탈리아 디자인과 스위스 기술의 결합…열성적 마니아 '파네리스티' 유명

입력 2014-02-28 07:01
군사용에서 명품으로


[ 임현우 기자 ] 파네라이는 이탈리아의 디자인과 스위스의 기술력이 결합된 명품시계로 꼽힌다. 명품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열성적인 마니아층을 확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파네라이는 1860년 창업자 지오바니 파네라이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첫 매장을 열면서 탄생했다. 파네라이 시계 역사의 전환점이 된 것은 1936년. 이탈리아 해군에 군사용 방수 시계를 납품하면서다. 당시 해군은 파네라이에 “깊은 바다에서도 잘 작동하는 방수 시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여러 시계 제작자들이 만든 제품이 시험 대상에 올랐지만 장시간 수중 작업을 수행하는 특수부대원에게 적합하다고 판정받은 시계는 파네라이 하나뿐이었다. 이 시계가 세계 최초의 군사용 방수시계이자 오늘날까지 파네라이의 간판인 ‘라디오미르’다. 지름 47㎜의 큼직한 케이스와 야광으로 된 시간 표시 등 라디오미르의 정체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군사용인 만큼 시계는 무엇보다 튼튼해야 했다. 파네라이 제품은 더 견고하게 진화했다. 1940년대 이후 러그(케이스와 시곗줄을 잇는 부분)를 케이스와 일체형으로 만드는 등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1950년에는 라디오미르보다 사이즈가 더 크고, 시계에서 약한 부분인 크라운(용두)을 보호하는 독특한 장치를 장착한 ‘루미노르’가 완성된다. 루미노르 역시 라디오미르와 더불어 파네라이를 상징하는 대표 모델로 자리잡았다.

1993년 파네라이는 민간용 시계를 처음 내놨다. 냉전 장벽이 무너지고 군사용 시계 수요가 줄면서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다. 1997년에는 세계적 명품그룹인 스위스 리치몬트에 인수됐고, 이듬해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도약의 기반을 다지면서 파네라이는 명품시계 시장에서 떠오르는 신흥주자로 꼽히고 있다.

현재 마케팅을 총괄하는 본사는 이탈리아에 있고, 시계 제작과 물류는 스위스에서 한다. 2005년부터는 자체 개발 무브먼트(시계의 핵심 부품인 동력장치)를 출시했으며, 후속 무브먼트를 꾸준히 내놓으면서 비중을 끌어올리고 있다. 파네라이는 자체 무브먼트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려 머지않은 시점에 100%로 높일 계획이다.

파네라이 시계 마니아들은 ‘파네리스티’라는 커뮤니티를 자발적으로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파네리스티가 형성된 것은 인지도를 넓히기 시작한 2000년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지역별로 오프라인 모임도 수시로 이뤄진다. 회원 수가 공식 집계된 적은 없지만 세계적으로 수만명에 달하고, 한국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네라이 시계는 국내에서 1000만~2000만원대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린다. 여러 기능을 넣은 최고급 시계는 억대를 넘나들기도 한다. 파네라이는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희귀 모델은 매장에서 구경조차 쉽지 않아 파네리스티들이 애를 태우곤 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