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지혜 기자 ]
이번 국제고급시계박람회에서 파르미지아니는 초창기 작품인 탁상시계 ‘플뢰 드 오리엔트(Fleur d’Orient·사진)’를 공개했다. 1996년 5월29일 브랜드의 첫 시작과 함께 공개한 이 작품은 기계로서의 시계와 보석 세공 측면에서의 예술의 경지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뢰 드 오리엔트는 120㎜ 직경에 5.1㎜의 두께를 가진 자체 무브먼트(동력장치)를 사용했다. 한 번 태엽을 감으면 8일 동안 작동하는 ‘파워 리저브’ 기능을 갖췄고 퍼페추얼 캘린더(영구 달력)와 미닛리피터(일정 시간마다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가 탑재돼 있다. 특히 미닛리피터의 경우 프티소네리(1시간과 15분마다 소리로 알려줌)와 그랑소네리(1시간, 15분, 1분마다 소리로 알려줌) 기능을 모두 갖췄다. 무음(無音) 모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면 꺼둘 수도 있다. 6시 방향 꽃잎 사이의 버튼을 누르면 두 개의 공이 바로 시간을 들려준다. 리피터 등 모든 조작과 와인딩(태엽감기)은 뒷면에서 키로 조작할 수 있다.
외관에 보이는 꽃잎 모양의 장식들은 야자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장 눈에 띄는 유색 보석들은 옥과 자수정이며 정교하게 깎아 만든 꽃잎이 특징이다. 겹겹이 쌓여 웅장함을 드러내는 이 꽃잎에는 각각마다 테두리에 1488개의 사각 다이아몬드가 촘촘하게 수놓아져 있다. 인덱스(숫자)는 사파이어로, 베젤(테두리)은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 다이얼(문자판)은 18캐럿의 화이트골드로 만들었다.
이 탁상시계에 사용된 사각 다이아몬드는 총 1488개, 라운드 다이아몬드는 2050개로 모두 최고 등급이다. 총 203캐럿이 들어갔다. 15캐럿의 카보숑컷(구형이나 산 모양으로 커팅하는 방법) 에메랄드, 18캐럿의 바게트 카보숑컷 사파이어가 사용됐다.
전체적으로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물씬 풍겨나는 디자인과 워치메이커로서의 기술력을 모두 구현해낸 플뢰 드 오리엔트는 파르미지아니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