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
[ 임현우 기자 ]
“크로노스위스의 강점은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언어를 갖고 있고, 그 정체성을 뚝심 있게 지키는 독립 브랜드라는 것이죠.”
크로노스위스가 단기간에 세계적 명품시계로 이름을 알린 비결에 대해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올리버 엡스타인(사진)은 이렇게 설명했다. 크로노스위스에 항상 따라붙는 말이 있다. 독일어로 ‘Fazination der mekanic’. 우리말로는 ‘기계식 시계의 매력에 빠지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게르트 랑이 회사를 세운 1980년대 초반에는 저렴한 쿼츠(전자식) 시계가 시장을 장악하던 때였다. 기계식 시계를 만들던 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던 시절, 기계식 시계를 만들겠다는 그의 사업 아이디어는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그는 값싼 쿼츠 시계 대신 기계식 시계를 찾는 시계 수집가들이 점차 많아질 것이라 확신했다. 그의 ‘선견지명’은 적중했다. 쿼츠 시계 돌풍이 가라앉고 ‘럭셔리 워치’로 통하는 기계식 시계의 전성시대가 다시 열린 것이다.
크로노스위스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간판 모델은 ‘레귤레이터(Regulateur)’다. 오래된 괘종시계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레귤레이터는 시, 분, 초를 각기 다른 창에서 보여준다. 손목시계에 레귤레이터를 장착한 건 크로노스위스가 최초였다.
2010년 들어 크로노스위스는 기존의 클래식한 이미지를 보다 현대적으로 바꿔 ‘젊은 크로노스위스 만들기’를 강화하고 있다. 젊은층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이른바 ‘합리적 가격의 명품(accessible luxury)’을 표방한 ‘시리우스(Sirius) 라인’을 내놨다. 또 크로노스위스만의 DLC 코팅 방식을 적용한 ‘오푸스(Opus)’와 ‘타임마스터(Timemaster) 라인’ 신상품도 대거 선보였다.
크로노스위스는 리치몬트, 스와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대형 명품그룹에 편입된 많은 시계 브랜드와 달리 ‘독립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에선 700만~1000만원대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데, 수년째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뛰어난 디자인의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한다는 크로노스위스의 장점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