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카페
(1) 선택지를 넓혀라
(2) 반대 의견을 꼭 챙겨라
(3) 후회없는 결정인지 되묻는다
(4) 본전 생각 말고 바로 수정을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가끔은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내리고 나중에 후회한다. 선택의 순간에 늘 해오던 생각에 묶여 새로운 대안을 찾지 않거나, 자기 생각에 어울리는 의견과 정보만 듣는다. 순간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결과를 보고도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들지 않는다.
작은 개인사에서 이런 실수를 한다면 그리 문제될 것이 없지만 비즈니스 거래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큰 문제다.
가상의 중견기업 사장실을 들여다보자. “기업을 성장시키려면 역시 인수합병(M&A)이 최고야.”(다른 대안을 찾지 않는 오류) “기획실 자료를 보아도 매물로 나온 ABC전자에 장점이 이렇게 많다잖아.”(ABC 전자의 약점은 보지 않는 오류) “무엇보다도 박 사장에게 절대로 ABC전자를 넘겨선 안돼.”(개인 감정에 휩쓸려 결정을 내리는 오류) “은행이 거절하면 제2금융권에서라도 융자를 받아봐.”(현실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는 오류)
개인의 실수는 피해가 본인에게서 끝나지만 기업의 리더가 실수를 하면 큰 돈을 잃거나, 직원과 가족들이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뭔가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최고경영자(CEO)의 오판을 견제하는 경영시스템을 미처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제왕적 CEO의 경우에는 특히 적절한 예방주사가 필요하다. 이 분야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무엇이라고 하는지 조언을 구해보자.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형제 교수 댄 히스와 칩 히스는 “우리는 감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판단 오류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두 교수는 신간 ‘자신있게 결정하라(Decisive)’에서 이런 경향을 피할 수 있는 아이디어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결정을 하기 전에 혹시 고려하지 않고 지나쳐버린 선택안이 있는지 알아본다. 억지로라도 선택안을 하나 이상 늘리다 보면 뜻밖의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 대안을 늘리는 방식으로 벤치마킹이 매우 효과적이다. 남들의 성공사례에는 분명 내가 배울 것이 있다.
둘째,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실수를 막기 위해 사실 정보를 수집할 때 일부러 반대의견을 지지하는 정보까지 확보한다. 만약 신뢰할 만한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리더가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전담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2차대전 당시 영국 총리 처칠은 별도의 부서를 두어 전쟁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자신의 불 같은 성격을 아는 다른 부하직원들이 사실을 미화할까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셋째, 미래 어느 한순간에 오늘의 선택을 되돌아보고 후회하지 않을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저스는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앞서 나이 80세가 돼도 후회하지 않을지를 묻는다고 한다. 이런 습관은 현안에 대해 심리적 거리감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스스로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
넷째, 손절매 시점을 미리 정하고 더 큰 손실을 보기 전에 자신의 결정을 철회한다. 현명한 주식투자자 중에는 돈을 벌 생각보다 돈을 잃지 않을 생각으로 투자를 하라는 사람도 있다. 제 아무리 냉철한 비즈니스 리더라도 이른바 본전생각을 하다 보면 큰 문제에 빠질 수 있다. 물러날 시점을 아는 것은 실수를 막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제너럴일렉트릭(GE)을 20세기 최고 기업으로 키운 잭 웰치의 의사결정도 위 방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처리를 놓고 고민하던 웰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아직 이 사업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이 사업을 시작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잭 웰치는 한 발짝 떨어져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다. 감정이 차분해진 그는 업계 1, 2위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만 남기는 원칙을 세웠다. 나머지 기업들은 제아무리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있더라도 정확한 사실과 분석에 기초해 매각하거나 청산하기로 했다.
결국 그는 재임 20년 동안 기업가치를 40배로 키우는 기염을 토해냈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망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네 방의 예방주사로 리더의 판단오류를 예방하자.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