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카나브'도 사용량 약가 연동제 불똥
[ 김형호 기자 ] 다국적 제약회사의 국내 시장 장악을 막기 위해 도입한 ‘사용량 약가 연동제’가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7일 건강보험공단과 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이 개발한 고혈압치료제 국산 신약 ‘카나브’가 사용량 약가 연동제 적용을 받아 오는 3월부터 가격이 정당 781원으로 3.1% 인하된다. 최초 약가협상 당시 합의한 사용량보다 30% 이상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20호까지 나온 국산 신약 가운데 이 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2011년 대원제약 ‘펠루비정’, 일양약품 ‘놀텍’(2012년)에 이어 카나브가 세 번째다.
내년에는 카나브 가격이 10%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올해부터 연간 10%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 판매가 늘어난 의약품의 약값을 10% 추가 인하하기로 결정해서다. 카나브는 2011년 출시 첫해 105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 매출이 270억원까지 올랐으며 올해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카나브 같은 국산 신약들이 잇따라 ‘사용량 약가 연동제’의 적용 대상이 되면서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을 하라는 소리냐, 말라는 소리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사용량 약가 연동제는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의 급팽창을 막기 위해 도입됐는데 그 불똥이 국산 신약으로 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나브의 경우는 정부조차 ‘국산 신약 성공모델’이라고 평가한 제품인데 이런 제품에 약값 규제를 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놀텍과 펠루비정 같은 신약들은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데 반해 카나브는 지난해 중남미 러시아 등지에 1억달러어치를 수출하는 등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보령제약 측은 사용량 약가 연동제가 해외 약값 산정 시 불이익을 안겨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해외수출 후 현지 임상 등의 등록 과정을 거쳐 2015년부터 각국에서 약값을 결정하는데 이때 국내 가격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 사용량 약가 연동제
사용량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의약품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가격을 떨어뜨리는 제도다. 건강보험 재정건전성과 외산제품의 지나친 시장장악을 견제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