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조원 든 소치 '타산지석' 삼아 비용 최소화
140명 파견…소치 올림픽 시설·진행과정 조사
[ 최병일 기자 ]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동시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시작됐습니다. 평창은 아시아 겨울스포츠의 메카가 될 것입니다. 선진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평창 올림픽을 통해 세계인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소치 동계올림픽 현장을 둘러본 뒤 귀국한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은 27일 서울 을지로5길 조직위 사무실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소치 올림픽을 한마디로 평가하는 것은 어렵지만 소치에서 얻은 교훈이 많다”고 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의외로 밝은 얼굴로 인사하며 경기를 적극적으로 관람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받았습니다. 스포츠를 즐길 줄 아는 국민이더군요. 평창올림픽조직위 직원 140여명을 파견해 소치 올림픽의 시설과 경기장 관리, 성화 봉송 등 모든 분야 진행 과정을 조사하고 평창홍보관도 운영했습니다. 소치에서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고 배울 점은 창조적으로 응용하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 준비가 일정에 따라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도 평창 올림픽을 ‘준비된 올림픽’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원주~강릉 간 고속철도 공정률은 현재 20% 수준이고 각종 경기장 시설은 오는 3월 착공에 들어가 개최 1년 전인 2017년까지는 깨끗하게 마무리될 것입니다. 개·폐회식 때 선보일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기본 틀도 거의 짜여진 상태입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을 ‘경제적인 올림픽’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치 올림픽 개최에 역대 최대 금액인 총 500억달러(약 54조원)가 투입되고도 사후관리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동계올림픽보다 적은 비용으로 내실있게 대회를 치르겠다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대회가 될 것입니다. 90억달러(약 9조6000억원) 수준이죠. 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서는 모두 13개 경기장이 필요한데 알펜시아리조트 등에 이미 7개 경기장이 확보됐고, 리조트나 콘도 같은 숙박시설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원주~강릉 간 고속철도 사업에 4조원가량이 투입되지만 이는 정부의 동해안 지역발전대책에 포함된 사항입니다.”
대회를 치른 뒤 각종 시설의 사후 활용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개·폐회식 시설이나 봅슬레이, 스켈레톤 경기장 등은 가능한 범위에서 임시시설로 갈 것”이라며 “1만5000석 규모의 슬라이딩 센터는 경기가 끝난 뒤 다목적 콤플렉스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올림픽이 지구촌 축제인 만큼 각국 선수들 사이에 정보 교환이 이뤄져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북한도 예외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남북 간 정치적 문제를 고려했을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또 평창 올림픽의 핵심 가치에 대해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의 전통문화를 올림픽과 결합해 좋은 상품을 내놓아야 평창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최국으로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고민도 털어놓았다. “한국 대표팀 성적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주목받지 못했던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여줘야 합니다. 쇼트트랙이나 피겨는 물론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과 컬링 등에서도 기대를 걸고 있죠.”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