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전미딜러 약 30%만 매장에 전시
고급차 판매경험 부족해 교육프로그램 가동
[ 김정훈 기자 ] 기아자동차가 다음 달부터 미국 판매에 나서는 대형 세단 K9(미국명 K900)이 현지 딜러들에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가 그동안 팔았던 중소형급 대중차보다 소비자 가격이 평균 2~3배 가량 비싸 신차 팔기가 쉽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
27일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기아차 미국법인은 전체 대리점 가운데 약 30% 수준인 220여개 매장에만 K900을 전시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가격이 비싼 만큼 구매자가 많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내 고급차 수요지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를 중심으로 하는 동·서부 해안지역과 5대호 연안의 시카고, 애틀랜타와 휴스턴으로 이어지는 남부지역 등 다소 제한적이다.
기아차가 후륜구동 세단을 내세워 북미 고급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K900이 처음이다. 6기통 3.8 및 8기통 5.0 모델의 가격은 5만~7만 달러 수준이어서 쏘울, 옵티마(국내명 K5), 쏘렌토 등 주력 모델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현지에선 렉서스 LS460, 벤츠 S550 등을 경쟁 차로 잡았다.
결국 기아차 매장이 아닌 럭셔리카 메이커의 전시장을 찾아가던 신규 고객을 잡아야 하는 게 관건. 기아차 미국법인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 딜러들이 차 팔기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차는 고급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제품 설명이 가능하도록 매장 직원들에게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K900에 첨단 장치가 많이 들어간 만큼 기술 설명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상반기 준대형 세단 K7을 출시해 럭셔리카 시장 진입을 타진해 왔다. K7은 지난달까지 9553대가 팔리면서 그랜저보다 소비자 반응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차는 K900을 미국 시장에서 연간 5000대 가량 판매한다는 목표다. 마이클 스프라그 판매담당 부사장은 "차량에 장착된 신기술을 딜러들이 빨리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추후엔 더 많은 딜러들이 K9을 팔려고 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