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신이 성인(成人)이라고 느껴지는 시기는 언제일까.
한국 민법상 성년인 만 19세를 훌쩍 넘긴 남녀가 본인을 ‘성인’이라 자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생각하는 성인의 조건이 나이 외에 따로 있는 것일까?
결혼정보회사 ‘듀오(대표 김혜정)’가 지난 4일부터 21일까지 전국 20~30대 미혼남녀 813명(남성 389명, 여성 424명)을 대상으로 ‘어른의 조건’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77.9%에 달하는 대다수가 ‘자신은 어른(성인)이 아니다’(남 65.6%, 여 89.2%)고 답했다.
법적 성년자에 해당하는 ‘20대’에 대해서도 ‘어른이라 하기에는 어리다’(82.7%)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대가 어른이라고 하기에 충분하다’는 의견은 17.3%(남 14.7%, 여 19.8%)에 그쳤다.
나이를 떠나 ‘참된 어른이 되기 위해 경험해야 할 것’을 묻자, 남성은 ‘사회 경험(취직)’(49.4%), ‘경제적 독립’(20.8%), ‘군대 제대’(10.3%), ‘정신적 독립’(8.7%)을 꼽았다. 여성은 ‘정신적 독립’(44.3%), ‘사회 경험’(21.0%), ‘출산 및 양육 경험’(17.7%), ‘결혼’(8.7%)을 어른이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택했다.
남녀 공히 ‘진정한 의미의 어른다움’은 ‘지식과 경험’(남 53.2%, 여 45.8%)에서 비롯된다고 답했다. 이어 ‘품성’(34.1%), ‘사회적 위치’(10.2%), ‘비전’(3.4%) 순이었다. 어른다움이 ‘나이’와 ‘경제적 능력’에서 나온다는 응답은 각각 2.3%, 0.6%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어른이 되는 연령’이 몇 세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남성은 ‘만 34~35세’(26.2%), 여성은 ‘만 30~31세’(34.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전체 응답을 평균값으로 환산하자, 그 나이가 ‘만 32.2세’(남 33.0세, 여 31.4세)였다. 법적 성인의 기준 연령보다 약 13세 가량 높은 결과다.
김승호 듀오 홍보 팀장은 “30세 가까운 나이에 대학 졸업, 취업, 결혼 등을 경험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요즘은 ‘늙은 청년’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며, “성인의 자격으로 겪는 중요한 삶에 경험의 시기가 과거보다 늦춰짐에 따라, 본인이 ‘어른’이라 인지하는 연령도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