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 기자 ]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1)에서 'PC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PC로 역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 기기의 한계를 뛰어넘고, 이용자들의 서비스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PC 버전인 '배민 닷컴'을 오픈했다. '배달의 민족' 앱에 등록된 전국 12만여개 업소의 정보를 PC로 옮겨왔다.
모바일에서와 마찬가지로 PC 버전에서도 IP 등 위치정보를 활용, 이용자가 있는 장소가 자동으로 설정된다. 이에 따라 가까운 지역 업소들의 메뉴를 카테고리별로 보고, 바로결제로 주문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누적 다운로드 950만건을 넘어서면서 PC 사용량이 많은 직장인들을 겨냥해 해당 서비스를 출시했다.
씨온이 운영하는 '식신(食神) 핫플레이스'도 마찬가지다. '식신'은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씨온' 앱의 300만 사용자가 남긴 1억2000만 체크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맛집 정보 서비스다.
식신은 지난해 10월 스마트폰 앱으로 먼저 출시된 후, 약 1개월 뒤 웹 서비스를 바로 출시했다. 현재 모바일과 웹 주간 이용자수는 각각 15만명, 8만명으로 집계된다. 다만 성장 속도는 접근성이 뛰어난 PC 버전이 더 빠르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12년 애플 앱스토어에서 '파격적인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으로 선정된 레스토랑 예약 앱 '포잉' 또한 올 상반기 내 PC 버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국민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또한 지난해 6월 PC 버전으로 출시되면서 웹 메신저 시장에 변화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카카오톡은 PC버전에서만 '플러스 캘린더'를 시범 운영하면서 새로운 광고·마케팅 시장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카카오가 '큐레이션(Curation)' 형태의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PC 기반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PC 버전으로 출시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안병익 씨온 대표이사는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맛집 서비스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기능을 대체한 모바일 메신저는 모두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서비스이지만, 아직까지는 PC 접근성이 더 뛰어난 게 사실"이라며 "PC 검색을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이 많기 때문에 모바일 서비스와 PC 서비스를 같이 운영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범진 트러스트어스(Trust Us) 대표도 "앱은 다운로드라는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에 PC 버전과 함께 운영해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특히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는 근무시간에 자주 이용하는 PC 버전을 내놓아야 이용자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