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혁신 3개년] 기업 규제 '혁파'…그린벨트도 대폭 완화

입력 2014-02-25 10:47
정부가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밝힌 개혁대상 규제는 '기업투자 환경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 대통령은 앞서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경제규제 혁파로 투자 등 기업활력을 높이고 이를 자연스러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든 규제에는 이유가 있다. 경제주체 혹은 지자체와 중앙정부, 대-중소기업, 업종·업역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규제의 틀을 깨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총리 주재로 열렸던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자신이 주재해 분기별로 열어 규제개혁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구조적 난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재계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이유다.

◆ 기업규제 시스템 다 뜯어고친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1만건에서 7000건으로 떨어졌다가 매 정권마다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현재 1만5269건이 됐다.

최근 5년(2008~2012년)간 만들어진 경제규제만도 335건이나 된다. 신설 또는 강화된 규제를 보면 진입규제가 153건에 달했고 가격 규제도 19건이었다.

업역, 업종의 이권추구적 행태(Rent Seeking)가 고착화하는데 규제가 활용된 셈이다.

이는 시장의 자율적인 혁신과 경쟁을 가로막는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규제시스템을 확 뜯어고치기로 했다.

우선 규제총량제를 도입해 기업활동 관련 규제를 신설 또는 강화하려면 기존 규제를 폐지·완화토록 함으로써 규제총량을 축소해 나갈 방침이다. 개별규제를 화폐단위로 계량화하는 영국의 규제비용총량제(one-in, one-out)가 모델이다.

또 기존 규제는 3대 원칙에서 추진키로 했다. 경제규제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원칙적으로 폐지 또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폐지나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이 곤란하면 규제 일몰제를 적용해 존속기한 또는 재검토기한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규제의 존치 여부를 주기적으로 평가 검증할 수 있다. 존속규제는 사후 규제로 전환하거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손을 보기로 했다.

◆ 그린벨트에 공장입지 허용…고층 아파트 건설도

그린벨트의 남은 면적은 작년 말 기준으로 238㎢다. 2008년에 532㎢를 해제 총량으로 설정했는데 그중 권역별로 합산하면 293㎢가 해제됐고 238㎢가 남아 있다.

정부가 이를 추가로 해제한다. 기업규제 해소 및 민간 투자 유도 차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러나 해제범위를 크게 하기보다는 용도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지역은 지금 전용주거지역으로 용도가 지정돼 대부분 저층의 주택이나 아파트만 지을 수 있다.

앞으로는 연면적 5000㎡ 미만의 공장이나 고층 아파트, 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대상은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취락지역 1656곳(106㎢) 중 시가지와 인접한 지역이며 그린벨트 추가 해제 지역도 수혜를 받게 된다.

용도는 주변이 공업지역이거나 상업지역일 경우 준공업지역, 근린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전환할 수 있게 만들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은 낮은 층수의 주택이나 아파트밖에 못 짓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고층의 아파트나 연면적 5000㎢ 미만의 공장, 연면적 3000㎡ 미만의 상가 등이 들어설 수 있다.

준주거지역은 법률상 용적률 상한선이 700%에 달해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취락 규모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하던 것을 주변 지역의 실제 개발 상황이나 용도 등에 맞춰 좀 더 폭넓게 용도지역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률적으로 개발을 허용하는 게 아니라 주변 여건과 잘 연계되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지역 입지에 따라 길을 터주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재계가 염원하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당초 과제로 논의되다가 지방선거, 지방 국회의원 등의 반발 등을 고려해 추후 검토과제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 창업·인력·자금·판매 등 기업활동 단계별 핵심규제도 완화

그린벨트 등 입지규제 뿐 아니라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 경쟁국에 비해 과도한 규제, 기술발전·환경변화 등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 등도 집중 개선된다.

지난해 말에 나온 세계은행 기업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창업여건은 전 세계 189개국 가운데 34위다.

우리나라 창업 절차는 법인인감 제작→잔액증명 신청→법인등록면허세 신고납부→법인설립등기 신청→사업자등록신청 및 4대보험 신고 등 5단계로 뉴질랜드·캐나다(1단계), 호주(2단계), 싱가포르(3단계) 등에 비해 다소 복잡한 편이다.

창업절차가 많다 보니 소요시간도 평균 5.5일로 뉴질랜드(0.5일), 호주·홍콩·포르투갈·싱가포르(2.5일)보다 길다. 창업 비용 역시 350만원으로 미국(약 80만원), 뉴질랜드(약 12만원) 등에 비해 4배, 30배 각각 많았다.

특히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창업비용은 14.6%로 뉴질랜드(0.3%), 싱가포르(0.6%), 미국(1.5%), 중국(2.0%), 일본(7.5%)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창업 수요가 많은 서울·수도권을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해 법인설립 때 등록면허세를 3배나 비싸게 물리는 것 등 규제와 관련이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자금·인력 등 기업의 '진입요건 규제'도 적지 않다. '자본금 얼마 이상, 인력 몇명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 업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요건 등을 완화하거나 없앨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들 단계별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 예외적인 경우에만 금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또 지난해 1~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이어 올해도 분기별로 분야별 대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올해는 지역경제활성화, 벤처·창업 및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미래성장동력 육성, 유망서비스 산업 육성 등이 집중 논의된다.

현장에서 보류된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규제개선과 행정·재정 지원 등을 통해 맞춤형으로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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