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 2년만에 108억 매출 달성
'자이데나' 만성질환자 효과 좋아
'엠빅스' 필름형 휴대 편해 인기
[ 김형호 기자 ]
국산 발기부전치료제가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화이자의 ‘비아그라’가 1998년 국내에 처음 나온 뒤 7년 동안 ‘외산 천하’였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동아ST(옛 동아제약)가 2005년 국산 1호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를 내놓으면서 일대 변화를 맞았다. 자이데나는 출시 이후 단숨에 2위까지 뛰어올라 국산 제품의 명예를 지켰다. 이후 JW중외제약이 자체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를 내놓으면서 경쟁에 가세했다.
2012년,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일대 전화점을 맞았다. 화이자의 ‘비아그라’에 대한 특허소송에서 이긴 국내사들이 제네릭(복제약)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춘추전국’을 방불케 하는 대격전이 벌어졌다.
2020년까지 특허가 살아있는 미국에서 알당 20달러 안팎인 비아그라는 국내에서 한미약품을 필두로 알당 2500원대까지 낮춘 제네릭을 쏟아내면서 본격적인 가격경쟁시대를 맞았다. 현재 제네릭 제품을 출시한 국내 업체들은 40여개사에 달한다. 시장 규모도 지난해 1200억원에 달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012년 이후 대다수 제약사들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가세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10분의 1가격에 발기부전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국내사가 판매량과 월 처방액에서 다국적사를 앞서는 등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큰 변화가 일었다”고 말했다.
다국적사 제친 토종
매출액 기준 ‘빅5’ 가운데 한미약품 동아ST SK케미칼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특허가 살아있는 릴리의 ‘시알리스’가 지난해 189억원을 판매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미약품의 ‘팔팔’은 출시 2년 만에 108억원의 대형 품목으로 성장하며 2위에 올라섰다. 선두 자리를 내준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107억원으로 3위로 밀려났다.
이어 동아ST의 ‘자이데나’(86억원), SK케미칼의 ‘엠빅스’가 뒤를 이었다. 시알리스, 비아그라 등 다국적사의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8%, 39% 줄어든 반면 팔팔과 엠빅스는 각각 121%, 34% 성장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팔팔은 처방 규모에서 지난해 500만정을 기록하며 다른 업체들을 압도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발기부전치료제 처방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비아그라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필름형으로 출시됐다. 오리지널사인 화이자가 국내사의 필름형 기술을 수입해갈 정도로 ‘반짝 아이디어’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SK케미칼이 자체 개발한 필름형 제품 ‘엠빅스S’는 복용 편의성과 간편한 휴대성을 내세워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필름형 기술을 갖고 있는 씨티씨바이오가 발기부전치료제와 조루증치료제를 합친 복합제 임상을 실시하는 등 ‘해피드러그’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의 새로운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제품별 올바른 복용법
발기부전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그럼에도 국내 성인남성 10명 가운데 7명은 불법 유통경로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가 최근 성인남성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7.8%가 인터넷 성인용품점이나 지인을 통해 구입했다고 응답했다. 식약처는 “발기부전치료제는 사람에 따라 안명홍조 가슴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이 있는 만큼 반드시 의사 진료 후 복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심혈관계질환 치료제와 먹는 무좀약, 전립선비대 알파차단제(독사조신, 탐스로신, 알푸조신 등)는 발기부전치료제와 ‘상극’ 약물로 분류된다. 특히 협심증 혈관확장제 심근경색 관련 의약품을 함께 복용하면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치명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발기부전치료제는 성분별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비아그라(실데나필 성분)계열과 필름형인 엠빅스(미로데나필)는 1시간 전, 씨알리스(타다라필 성분) 자이데나(유데나필) 제피드(아바나필)는 30분 전이 적당하다. 단 실데나필과 미로데나필 계열 치료제는 음식물과 함께 섭취하면 효과가 다소 늦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발기부전치료제의 대표 부작용은 두통 안면홍조 소화불량 등이 있다.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면 복용을 중단해야 하고 4시간 이상 발기가 지속되면 의사 상담을 받아야 한다. 식약처는 “개인 성향에 따라 성분별로 효과 지속시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와 용량을 지켜야 하고, 한번에 두 가지 이상 치료제를 복용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