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동 기자 ] 인스턴트 커피업계 1, 2위 업체인 동서식품과 남양유업 간 판촉사원들의 폭력 사태가 잇따라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제품을 내놓은 남양유업이 '인스턴트 커피 시장점유율 전쟁'을 선언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터진 사고로, 과잉 마케팅 탓이란 지적이 많다.
지난해 12월 3일 경남 진해의 한 대형마트에서 동서식품 판촉사원과 남양유업 판촉사원 간 폭행 시비가 벌어졌다.
커피제품의 판촉 방식을 두고 언성이 높아져 말싸움에 이르자 동서식품 판촉사원 A씨가 남양유업 판촉사원 B씨를 폭행한 것.
이번 시비는 '테이핑(기존 제품에 증정품을 끼워 주는 것)' 시행 여부가 직접적인 폭행 원인으로 작용됐다.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은 사전에 증정품을 제공하지 않기로 상호 '룰'을 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건 발생 전날 남양유업 B씨가 약속을 깨고 판촉에 나섰고 이를 본 동서식품 A씨가 판촉을 강제로 저지했다. 이를 발견한 B씨가 자사 제품에 손을 댔다며 욕설을 하자 이를 참지 못한 A씨가 멱살과 머리채를 잡기에 이르렀다.
B씨는 A씨를 관할 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며, 여전히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두 업체의 또다른 판촉사원들은 이보다 앞선 11월에도 대전에서 판매 경쟁이 폭력으로 이어져 고소장을 주고받은 바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피 튀기는' 판촉 경쟁을 예고된 사고로 바라봤다.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서 진행 중인 치열한 점유율 경쟁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1월 전라도 나주에 2000억 원 규모의 대형 커피전용 공장을 짓고 3년 안에 동서식품을 제치고 이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었다.
곧바로 한 달 뒤 첨가물 '인산염'을 뺀 커피믹스 신제품 '누보'를 출시, 대형마트를 필두로 해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맛의 차이가 크지 않은 인스턴트 커피의 특성상 가격이 특별히 저렴하지 않다면 기존 제품을 택하는 것이 소비자의 심리"라며 "이 같은 원인 때문에 과잉 판촉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폭력 사태가 벌어진 해당 마트에서는 현재 이들 업체에 '구두 경고' 조치를 내렸을뿐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판촉사원들은 모두 퇴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업체를 통해 고용된 판촉사원들은 판매량에 비례해 임금을 받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매출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판촉이 폭력으로 번진 것도 이러한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