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해보험 M&A '물밑 경쟁' 치열
롯데, 강력한 라이벌 보고펀드 자문사 선점
보고펀드, 동양생명, ING생명 딜 실패 문책?
이 기사는 02월21일(05:2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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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해보험의 재무 자문사 선정 배경을 놓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보고펀드-동양생명 컨소시엄의 인수 자문사로 유력했던 크레딧스위스증권(CS)가 돌연 롯데손해보험 인수 자문을 맡은 게 발단이 됐다.
이천기 CS 대표는 2011년말부터 동양생명 매각 자문과 ING생명 인수 자문을 맡으면서 보고펀드와 ‘호흡’을 맞춰왔다. 동양생명 매각은 실패했지만 향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LIG손보 인수합병(M&A)는 보고펀드가 작년 실패했던 ING생명 인수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CS가 보고펀드 자문을 맡을 것으로 IB업계가 확신했던 이유다. 게다가 LIG손보 인수전에 성공할 경우 동양생명과 LIG손보를 합친 ‘빅4’ 보험사 매각 자문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보고펀드가 CS를 내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두차례나 메가딜에 실패한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천기 CS 대표가 전략적으로 롯데를 선택했다는 반론도 나왔다. 이 대표는 국내 IB맨들 중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6개 계열사 매각 당시에도 우리투자증권(NH농협금융지주)과 경남은행(BS금융지주) 인수 자문을 모두 성공시켜, IB업계 부러움을 샀다. 경쟁사인 JP모간이 3년간 매각자문사로 고생하면서 받은 수수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롯데가 전략적으로 CS를 선점했다는 게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CS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천기 대표에게 직접 다른 자문사와 경쟁 없이 LIG손보 인수 자문을 맡기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반면 보고펀드는 형식상 다른 외국계 자문사들과 경쟁을 시키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대표는 100% 확실한 안을 택했다. 보고펀드측에는 먼저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롯데는 왜 CS를 선택했을까? 롯데는 과거 M&A 자문사를 정할 때 과거 인연이나 트렉 레코드(실적)보다 실제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IB를 정했다. 2012년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엔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정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웅진코웨이 매각 자문사였다. 하이마트, 웅진코웨이를 놓고 롯데와 치열하게 경쟁했던 MBK파트너스의 인수 전략과 움직임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게 당시 IB업계가 내놓은 해석이었다. IB 관계자는 “롯데가 CS를 선택한 배경은 강력한 라이벌 보고펀드측 전략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보고펀드는 자문사를 뺏긴 것에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변양호-이재우-박병무-신재하 등 화려한 IB 인력들을 보유한 탓에 자문사로부터 큰 도움을 받을 게 없다고 판단한다. 득을 본 것은 JP모간이다. CS ‘대타’로 보고펀드의 인수 자문사로 선정됐다. LIG손보 매각은 빠르면 이달 말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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