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강지연 기자 ]
배우 김우빈이 “아이에스동서는 다르다”고 외치자 이 회사 주가는 상승 곡선을 뻗어나갔다.
건설·건자재 종합기업인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11일 설립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광고를 제작했다. 드라마 '상속자들'로 인기몰이한 김우빈을 모델로 기용, ‘회사명’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제품명이 아닌 회사 이름을 광고에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에스동서의 주가는 이달 들어 19.6% 뛰었다. 지난 21일엔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만 모기업 이름은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을 내려 기업 광고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호평이 나왔다. 국내 포털사이트의 한 증권 관련 카페에선 아이에스동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광고’를 꼽았다. 한 누리꾼은 “김우빈을 통한 한류열풍과 그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선 “최근 2~3년간 TV광고에 연예인을 기용한 건자재기업은 LG하우시스 한 곳 뿐이었을 정도로 건설경기가 침체돼 있었다”며 “아이에스동서가 연예인 광고 카드를 다시 꺼내들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잘 만든 광고 하나가 주가 상승에 보탬이 된 셈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광고를 통해 제품 또는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전략이 실적 개선,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적잖이 등장하고 있다.
◆ 배우 김태희 이긴 아기의 '힘'
최근 한화생명 광고는 회사 내부에서도 ‘대박’이란 평가를 내렸다. 한화생명은 그간 한화그룹 광고대행사인 ‘한컴’ 등을 통해 광고를 선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외부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에 제작을 맡겼다. 제일기획은 아기가 등장하는 광고 콘셉트를 들고왔다. 그간 박찬호 선수, 배우 김태희 등 톱모델을 기용해 왔던 광고틀에서 벗어난 콘셉트였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해 10월 첫 광고가 방영된 후 주가는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62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10월부터 올 2월까지 6800~72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TV광고는 이전과 달리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제작했다"며 "광고 효과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긴 힘들지만 꾸준히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시리즈 광고를 방영하고 있다. '달리고 싶은 유럽'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먹고 싶은 유럽' 등 총 10편의 광고에서 유럽 현지의 모습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광고가 방영된 지난 10월부터 올 1월까지 한국에서 유럽으로 떠난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15% 증가했다.
이번 광고 기획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내가 사랑한 유럽' 시리즈 광고와 방송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영향 등으로 한국-유럽 노선 고객 수가 많아졌다"며 "올 3월까지 광고 방영을 진행하면서 유럽 시리즈 책자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 애널리스트도 주목하는 광고…그 이유는
증권가의 분석 보고서에도 ‘TV 광고 효과’는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지난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이 불자 증권가에선 ‘싸이 수혜주’ 찾기에 분주했다. 싸이가 광고 모델로 출연한 음식료, 정보기술(IT)주들이 덩달아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당시 LG유플러스, 삼성전자, CJ제일제당, LG패션 등은 싸이를 모델로 기용한 이후 모두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제품 판매량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TV 광고는 주가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며 “광고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쌓은 기업의 경우엔 아무래도 한번 더 눈여겨 보게된다”고 말했다.
무리하지 않게 사용된 광고비와 적절한 광고모델이 만날 경우엔 최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광고대행사의 한 광고기획자(AE)는 “나이키의 대표 모델이었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은퇴를 선언하자 나이키 주식은 한동안 하락세였다가 17개월 뒤 그가 복귀를 선언하자 급등세를 나타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고 회사가 주가를 올릴 목적으로 광고를 제작하는 경우는 없지만 좋은 광고가 실적 기대감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강지연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