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유회준 교수 연구팀
3차원 영상 구현 칩 내장
사용시간도 3배 이상 길어져
[ 김태훈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구글 글라스보다 정보 처리 속도가 30배 빠른 안경형 디스플레이 제품을 개발했다.
KAIST는 유회준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증강현실 전용 프로세서를 내장한 안경형 디스플레이인 ‘케이 글라스(K-Glass)’(사진)를 개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증강현실은 실제 보이는 사물 영상에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해 보여주는 기술이다. 예컨대 안경을 착용하고 식당을 바라보면 메뉴를 보여주고 동화책에 그려진 공룡 그림을 보면 3차원 공룡이 책 위로 솟아 올라오는 것처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 성과의 핵심은 증강현실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최적화한 전용 프로세서를 개발한 것이다. 구글 글라스에 쓰인 일반 프로세서보다 정보 처리 속도를 30배 높이면서도 배터리 소비량을 줄여 사용 시간을 3배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인간 뇌의 시각 집중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안경으로 보는 영상 중 중요한 부분과 무의미한 영역을 구분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불필요한 연산을 줄일 수 있어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뉴런의 신경망’을 모방한 네트워크 구조를 적용해 쏠림 현상에 의한 데이터 병목도 해소했다. 프로세서는 65㎚(나노미터) 공정에서 제작됐으며 32㎟ 면적에 초당 1012회의 연산을 할 수 있다.
유 교수와 박사과정에 있는 김경훈 씨가 개발한 K-Glass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설계학회에서 공개됐다.
유 교수는 “안경형 디스플레이는 증강현실을 결합해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차세대 디지털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며 “K-Glass는 구글 글라스 등 기존 제품보다 컴퓨팅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도 전력 소비를 줄인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