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괜찮다는데"…정유 ·유화업계 잇따른 증설 경쟁…파라자일렌, 효자노릇 할까 애물단지 될까

입력 2014-02-23 21:39
수정 2014-02-24 03:58
한국·중국 경쟁적 증설
공급과잉 우려까지 초래
가격도 최근 하락세 지속
"태양광 전철 밟을라" 우려


[ 박해영 기자 ]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의 기초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010년 이후 합성섬유 수요 증가로 가격이 크게 오른 PX는 정유회사와 석유화학회사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과 중국 등에서 진행된 생산설비 증설 여파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 중국의 급격한 증산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태양광 시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정유 및 유화업계에 따르면 국내 PX 설비 규모는 올해 말까지 연 644만t에서 974만t으로 51% 늘어난다. 오는 6월엔 SK인천석유화학(130만t)과 SK종합화학(100만t)이 나란히 신규 설비를 가동하고, 삼성토탈도 8월께 연산 100만t 규모의 공장을 준공한다.

세계 최대 화학섬유 시장인 중국에서도 줄줄이 증설이 예정돼 있다. 세계 PX 설비의 24%(1046만t)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2016년까지 6개, 총 380만t 규모의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 한국과 중국의 증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 전 세계 설비의 16%에 달한다.

정유사와 유화업체들이 PX 증설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은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정제마진 악화로 고전 중인 정유업계는 PX를 대안 사업으로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 정유부문에서 3219억원의 영업손실을 보고도 PX 중심의 유화사업에서 56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겨우 체면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도 작년 정유 자회사인 SK에너지는 608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친 반면 PX 사업을 하는 SK종합화학이 역대 최대인 84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정유사업 부진을 만회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설비 확대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되자 추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던 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연초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으로 외국 기업과 PX 합작사업이 가능해진 GS칼텍스는 2개월 가까이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011년부터 일본 쇼와셀과 함께 연 100만t 규모의 PX설비 증설을 검토해온 이 회사는 당초 올해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사업을 처음 구상했던 때와 PX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져 일본 측과 생산 규모 등 기초 계획부터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유화업체인 데이진은 한국과 중국의 증산 여파로 수익성이 떨어진 연산 29만t 규모의 마쓰시마 공장을 내달 폐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과잉 우려가 반영돼 PX 국제가격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0년 7월 t당 835달러였던 PX 가격은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수요가 늘면서 2013년 2월 170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지난 17일엔 지난해 고점 대비 약 25% 하락한 1282달러까지 떨어져 2010년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