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을 왜 구부릴까?

입력 2014-02-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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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현 기자 ] 화질과 크기 경쟁에서 더 나아가 올해 TV업계의 화두는 곡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곡면 OLED TV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20일엔 곡면 LED TV를 선보였다. LED TV는 백라이트가 없어 얇은 OLED TV에 비해 곡면을 만들기가 더 어렵다. 그럼에도 왜 굳이 화면을 구부릴까. ‘휘어야 사는 이유’는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찾을 수 있다.

성일경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은 얼핏 보면 기둥과 바닥이 모두 직선처럼 보이지만 다가가 보면 중앙부가 부푼 곡면으로 디자인돼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파르테논은 양측 모서리 기둥을 안쪽으로 기울이는 안쏠림 기법으로 지어졌다. 건물을 일직선으로 건축하면 기둥의 상단이 밖으로 벌어져 건물이 불안정해 보인다. 사람의 안구가 둥근 형태여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왜곡해서 보게 되는 것까지 감안해 건축한 것이다.

곡면 디스플레이 개발자들도 인간의 착시 효과를 교정해주는 파르테논 신전의 인체공학적인 곡면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적정 거리를 두면 TV는 평면처럼 보이고 화면은 양 끝 부분의 휘어짐으로 원본을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개발자들은 곡면 디스플레이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안과 의사들을 찾아가 망막에서 빛을 감지하는 간상세포에 대한 자문까지 들었다는 후문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