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주가 '비상등' 켜지나 … '왓츠앱 쇼크' 이어질까

입력 2014-02-21 07:39
[ 이지현 기자 ]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 발표 이후 승승장구하던 네이버(NAVER) 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20일 네이버는 전날보다 8.13% 대폭락했다. 하루 만에 2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시총 순위도 전날 6위에서 7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했다. 이날 하루 동안 외국인들은 네이버 주식 852억 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악재가 됐다. 왓츠앱은 하루 평균 200억 건 이상의 메시지가 전송되는 북미 최대 모바일 메신저.

시장조사기관 디바이스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왓츠앱 인수를 통해 아시아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스마트폰 탑재율 1위 모바일 메신저 기업으로 올라서게 됐다.

네이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해외 진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번졌다.

21일 국내외 증권가 분석은 다소 엇갈렸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카카오, 일본 및 동남아는 라인, 중국은 위챗, 미주 및 유럽은 왓츠앱이 각각 나눠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며 "향후 라인은 북미 및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보다는 신흥시장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주력하는 시장이 달라 왓츠앱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네이버와 페이스북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은 이미 예고된 것" 이라며 "경쟁심화는 우려할만 하지만 크게 겁먹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잠재적 사용자가 줄어들 수 있어 라인에 부정적인 뉴스"라고 평가했다. 이 증권사는“라인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과 대만, 태국 시장에서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등 새로 진출해야할 시장에서는 부정적 이벤트"라고 분석했다.

라인 가치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왓츠앱 인수 가격과 라인 가치 전망치가 비교됐기 때문이다. 그간 증권가에선 기업공개(IPO)를 앞둔 라인의 가치가 주요한 관심사였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하는 데 들인 돈은 약 17조 원. 이번 인수 가격을 고려하면 왓츠앱의 가입자당 가치는 42달러 선(약 4만5000원)이다. 라인의 경우 7만~8만 원으로 평가돼 있다. 라인이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왓츠앱이 세계 최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라인처럼 게임, 스티커, 콘텐츠 등의 수익모델이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라인의 가치는 이보다 더 높게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네이버가 목표로 하고 있는 5억 명 가입자를 감안하면 라인 가치는 최소한 17조 원 이상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진행중인 라인 IPO도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