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나 기자 ]
'시총 상위주'인 기아자동차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경쟁 심화와 실적 부진으로 성장 의구심이 커지자 외국인과 기관들이 주식을 팔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아차 시가총액은 21조5653억 원. 지난 11일 삼성전자우에 밀려 유가증권시장 순위 9위다. 10위인 신한지주와의 시총 격차는 7440억 원. 삼성전자(1위) 및 현대차(2위)와의 차이는 각각 168조 원과 28조 원에 달한다.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6개월 만에 5위권 밑으로 주저 앉은 이후 고전하고 있다. 기아차가 원화 가치 상승, 내수 판매 부진 등으로 발목이 잡힌 사이 실적 기대감을 등에 업은 SK하이닉스, NAVER, 한국전력 주가가 상승 곡선을 달리고 있다.
기아차 작년 영업이익은 3조 원대 초반으로 전년보다 9.8% 감소했다. 주가가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은 작년 9월 이후 최근까지 4개월간 외국인과 기관은 5980억 원,1990억 원씩 순매도했다.
시야를 국외로 넓히면 시총 하락폭은 더 도드라진다. 파이낸셜타임즈(FT) 선정 세계 500대 기업 시총 순위에서 지난해 기아차는 477위에 그쳤다. 318위를 기록했던 2012년보다 150계단 이상 떨어졌다.
문제는 원화 강세와 해외시장 경쟁 심화 등이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걸림돌이란 점이다. 국내 대형 자동차주를 돋보이게 할 것으로 기대됐던 '신차 효과'도 아직까지 희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박스권 내에서 반등을 노리는 갑갑한 상황" 이라며 "완성차시장 경쟁 심화는 구조적인 문제인 데다 기아차가 현대차보다 환율 등 악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과도하게 기아차 명예에 금이 갔다는 평가도 있다. 최정용 에셋디인투자자문 대표는 "기아차가 유럽, 일본 '메인 플레이어'처럼 환율, 생산량 등의 호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치 폄하를 당할 수준은 아니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 수준으로 글로벌 업체 가운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