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져 대입 재수한 KAIST 학생, '게임박사' 됐다

입력 2014-02-20 10:42
수정 2014-02-20 15:45
[ 김민재 기자 ] "인간생활에 보탬이 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KAIST에서 전례가 없는 '게임 박사'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차세대 게임 개발로 21일 박사학위를 받는 전산학과 대학원생 박태우 씨(32·사진).

7살 때부터 게임에 몰두했다는 박 씨는 '게임 폐인'이었다. 고교 시절 게임에 빠져 대입에서 재수한 끝에 지난 2002년 KAIST에 입학했다.

워낙 게임을 좋아해 KAIST 입학 후에도 성적은 좋지 않았다.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연구에 집중하지 못했던 그였지만 오히려 게임 개발을 통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학부 시절 게임제작 동아리 회장을 지내며 직접 게임을 만든 경험까지 있는 박 씨는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꿨다. 그는 런닝머신처럼 혼자하는 지루한 운동은 중도에 그만두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두 명이 달리는 속도 차이를 이용해 방향을 조절하는 '오리배' 게임 플랫폼을 개발, 온라인 상에서 지인들과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박 씨의 지도교수인 KAIST 전산학과 송준화 교수는 "게임 개발만으로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례는 없지만 자신의 특성을 살린 점이 주효했다"며 "남의 연구를 따라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게임을 만들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앞으로 인간생활에 보탬이 되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21일 KAIST 박사학위를 수여받고 6월부터는 미국 NASA 에임스 연구센터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김민재 기자 mjk11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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