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틈새에 숨어 빵빵 사운드…내려왔다 올라갔다 '무빙'
TV 두께·베젤 줄어들며 스피커 탑재공간 작아져
풍성한 소리 구현위해 업체마다 신기술 총력
[ 김현석 기자 ]
“TV 패널과 베젤(테두리) 사이의 틈을 잘 보세요. 거기에 스피커가 들어있습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의 설명대로 정말 3㎜에 불과한 그 틈에 스피커가 있었다. 삼성은 이 스피커 내장 방식에 ‘틈(TEUM)’이라는 이름을 붙여 올해 전 세계에 판매하는 고급형 TV에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글로벌 TV 업체들의 ‘소리’ 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2009년 삼성이 29.9㎜에 불과한 앞뒤 두께에다 화면 테두리가 거의 없는 TV를 선보인 뒤 더욱 간결한 디자인은 대세가 됐다.
하지만 문제는 ‘음량’이었다. 간결한 디자인을 택할수록 제대로 된 스피커나 우퍼를 탑재할 공간이 사라져 TV 사운드가 예전보다 약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TV 아래에 설치해 풍부한 음량을 즐길 수 있는 별도 기기인 ‘사운드바’까지 등장했다. TV 스피커(20~40W)보다 높은 310W 이상 고출력 사운드로 영화관 같은 음질을 재현하는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퓨처소스컨설팅에 따르면 세계 사운드바 시장은 2010년 160만대에서 2012년 740만대로 늘었고 2016년 2830만대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TV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자, TV 업계는 최근 ‘눈’뿐 아니라 ‘귀’까지 잡을 수 있는 제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TV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에서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점점 디자인과 화질이 비슷해지자 소리에서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내놓을 초고화질(UHD) TV 등 고급형 제품에 ‘틈’ 방식의 스피커를 탑재했다. 또 ‘뉴웨이브 가이드’라는 자체 기술을 개발해 저음역대의 사운드를 보강했다. 삼성 측은 실험 결과 작년 모델에 비해 두 배가량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LG전자는 작년 하반기 출시한 UHD TV에 ‘무빙 스피커’를 내장했다. 50W 출력의 이 스피커는 전원을 켜면 화면 하단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오고, 끄면 다시 뒤편으로 모습을 감춘다.
TV 뒷면엔 저음역대를 담당하는 서브 우퍼도 적용했다. 또 올초 선보인 105인치 곡면 UHD TV의 경우 스탠드를 스피커로 꽉 채웠다. LG는 사운드바보다 더 좋은 음향을 구현한다는 ‘사운드 플레이트’도 내놓았다.
일본 소니도 올해 선보일 UHD TV X900B 시리즈에서 TV 화면 양옆으로 우퍼와 스피커를 노출시켰다. 스피커가 보이는 건 몇년 만이다. 상당한 크기의 스피커를 탑재하다 보니 TV 두께도 얇게 떨어지기보다는 밑으로 내려올수록 삼각형 모양으로 두꺼워진다. 얇고 간결한 디자인을 포기하고 대신 음질을 선택한 것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