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계란 대체품

입력 2014-02-19 20:30
수정 2014-02-20 05:30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계란만큼 값싸고 우수한 식품도 드물다.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완전식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난황에 들어 있는 콜린과 레시틴은 두뇌 회전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루테인 성분은 자외선을 흡수, 고도근시 및 눈부심 개선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엽산 칼슘 철분 등은 공부하는 학생, 자라는 어린이, 임산부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다. 인, 비타민A 등도 풍부하고 다이어트에도 좋다.

이렇게 좋은 계란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먹기를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고지혈증 환자나 고도 비만자들은 콜레스테롤과 지방 때문에 계란을 피한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이나 채식주의자들 역시 멀리할 수밖에 없다. 보디빌더들은 지방을 뺀 단백질만 섭취하기 위해 노른자는 버리고 흰자만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조차 달걀 특유의 맛과 식감까지 포기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욱이 여러 요리의 재료로 쓰인다는 점에서 계란과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고통스런 일이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소위 ‘계란 대체품(egg substitutes)’이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미국 등에는 이미 여러 종류의 제품이 나와 있다.

맛과 영양성분은 계란과 유사하되 콜레스테롤 지방 등은 빼고 일부 영양소와 향신료를 추가한 인공 계란이 대표적이다. 진짜 계란에서 노른자나 알레르기 성분 등 특정 성분만 제거한 것도 있고 식물성 기름을 첨가한 것, 두부로 만든 것 등 다양하다. 모양이나 형태도 각각인데 액상형태로 진짜 달걀을 휘저어 놓은 것 같은 상품도 있고 분말 제품도 등장했다. 직접 먹어도 되고 빵 과자 등을 만드는데 계란 대신 쓸 수도 있다.

비욘드에그(beyond eggs)라는 계란 대체품을 생산하는 햄튼크릭푸드라는 회사가 빌 게이츠, 제리 양에 이어 리카싱으로부터 23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콩으로 만든 이 회사 제품은 콜레스테롤이 없고 조류인플루엔자(AI)나 살모넬라로부터도 자유롭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계란과 맛도 비슷하고 생산비는 계란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세계적 부호들이 달걀 대체산업의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몇 년 전 가짜 계란을 만들었던 중국인들이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계란 대체품이 나와도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어린시절 소풍 가방 속의 삶은 계란 냄새, 그리고 엄마가 싸준 양은 도시락 속 계란프라이 맛은 아마 그 어느 것도 대신하지 못할 듯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