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 더 큰 질적 성장위해 복잡성에 적응할 안전망 구축해야"

입력 2014-02-18 22:00
美 컨설팅기업 WP&C 공동대표 스티브 윌슨·안드레이 페루말


[ 이미아 기자 ]
“한국 신용카드 회사들의 고객정보 유출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업들이 예측 불가능한 ‘복잡성(complexity)’에 그만큼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미국 컨설팅기업 WP&C의 공동 대표인 스티브 윌슨(사진 오른쪽)과 안드레이 페루말(왼쪽)은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세대 경영대학원 주최의 조찬강연을 마친 뒤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09년 미국 댈러스에 설립된 WP&C는 기업 경영에서 발생하는 각종 복잡성 제거 연구와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미 해군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 영국 유통체인 테스코 등이 이곳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 컨설팅 회사인 더키투웨이와 제휴했다. WP&C는 회사 성장과 더불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시스템 확대는 ‘좋은 복잡성’으로, 관리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과 불필요한 비용은 ‘나쁜 복잡성’으로 분류한다. 후자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윌슨 대표는 “기업들은 복잡성 이슈에 당면할 때 문제를 세부적으로 쪼개서 보려 하고, 상황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대신 데이터 분석에만 매달리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림을 볼 때 거리를 두고 봐야 전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듯이, 기업은 복잡성 문제를 풀 때 거시적 관점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루말 대표는 복잡성 문제 해결의 성공 사례로 미 해군을 꼽았다. 그는 “미 해군은 만 19세의 신병이 들어와도 금방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300여개에 달했던 위험감지시스템 장비를 꼭 필요한 40여개로 줄이고, 인력관리에 더욱 집중해 효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윌슨과 페루말 대표는 대기업은 ‘최고복잡성책임자(CCO·Chief Complexity Officer)’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안팎의 복잡성을 전담 관리하는 임원이 있어야 입체적인 흐름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윌슨 대표는 “CCO의 대표적 모델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라며 “그는 비록 CCO란 말은 쓰지 않았지만 제품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모든 복잡성을 미리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 최대 소매기업 월마트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CCO 역할을 겸직하고, 미국 유명 전동공구업체 스탠리블랙앤드데커는 CCO 직책을 따로 만드는 등 CCO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에 대해선 “더 큰 질적 성장을 위해선 과거의 수직적·단선적 위기관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복잡계에 적응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복잡성 관리

기업이 커지면 제품 및 서비스 종류가 늘어나고 고객층과 영업 지역도 다양해진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현상과 비용이 복잡성이다. 비정상적이고 불필요한 복잡성은 제거해야 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