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선동·국보법 위반 유죄' 징역 12년…법원 "이석기, 작년부터 체제전복 준비"

입력 2014-02-17 21:12
수정 2014-02-18 05:02
이상호 등 나머지 징역 4~7년
"RO는 내란 주체·이석기 총책"

李 측 "납득가지 않는 판결"


[ 양병훈 기자 ] 법원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사진) 등 7명이 기소된 비밀조직 ‘RO’ 내란음모 사건 선고 공판에서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며 사실상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란음모 공소사실 충분히 인정”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17일 열린 RO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먼저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고 일사불란한 통솔체계 아래 활동하는 비밀결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RO가 실체가 있는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비밀결사가 “평소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혁명의 결정적 시기를 준비하고 있던 중 마침내 지난해 5월 전쟁이 임박했다고 판단하고 국헌 문란의 목적으로 비밀회합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계획을 실행할 가능성과 실행했을 때의 위험성도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은 비밀회합에서 전쟁 발발이 임박했다고 강조하며 근거를 댔고 참석자는 모두 이러한 인식을 공유한 상태에서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대남 공격에 동조하면 직접적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대한민국 정부의 전쟁 수행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RO의 주요 간부들 뿐만 아니라 비밀회합 참석자 전체가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는 점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단순한 추상적 일반적 합의의 정도를 넘어서서 객관적으로 특정한 범죄의 실행을 위한 준비라는 점이 명백히 인식된다”며 “내란 실행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3월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 지침이 세포 단위에 하달됐다고 볼 정황이 있다”며 “이 시기부터 내란을 사전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비밀회합의 대화 내용을 보면 타격 대상인 시설을 언급하며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검토한 바에 의하면” 같은 말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 이런 판단의 근거다.

“사건이 조작됐다”는 변호인의 주장도 피고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근거 없이 이 사건이 국정원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며 “방어권 행사를 넘어 진실을 적극적으로 숨기고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가중 양형요소로 참작했다”고 말했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심판에 영향 줄 듯

이번 판결은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해 놓은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 및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신청 사건에서 통진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 의원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하고 북한의 대남혁명론을 따르는 지하혁명조직 RO의 총책으로서 내란을 선동하고 음모했다”고 밝혔다. 통진당은 이정희 대표가 이날 법정에 나오는 등 지금까지 이 의원을 적극 변호해왔다.

변호인 단장인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대표변호사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검찰의 공소 요지가 판결문에 거의 그대로 인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를 통해 사법 자유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