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방송시장 독과점 우려…CJ·태광 '사업확장' 제동 걸리나

입력 2014-02-17 21:04
미래부·방통위 업무보고
휴대폰 불법보조금 과징금
매출 1%서 2%로 상향
창조산업에 1000억 지원


[ 송태형/김태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방송시장의 독과점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은 최근 대기업들이 종합유선방송(SO)과 위성방송 등 방송 플랫폼(네트워크) 및 방송채널(콘텐츠)을 함께 보유하고 운영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각 부문의 점유율 제고를 통해 방송 시장 영향력 확대에 총력을 쏟고 있는 CJ그룹과 태광그룹, KT 등 대기업들의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방송 콘텐츠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된 기존 규제를 풀거나 완화하려는 정부의 방송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서 SO와 방송채널사업자(PP) 점유율 규제 한도를 각각 33%에서 49%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대기업들의 수직 계열화에 따른 중소 PP들의 불이익 가능성과 프로그램의 다양성 훼손 등을 경계한 것”이라며 “수직 계열화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한 규제는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최근 정책 협의 과정에서 SO 점유율 확대안은 통과된 반면 PP 규제 완화는 보류됐다”며 “중소 PP들의 반발과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해 PP 점유율 확대는 당분간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불법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문제를 지적하면서 제도 개혁을 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안’ 통과를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올해 불법 보조금 지급 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 상한을 현재 매출액의 1%에서 2%(SK텔레콤 기준 2400억원가량)로 올리기로 했다.

한편 미래부는 이날 5세대(G) 이동통신·스마트카·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9대 전략산업과 지능형 반도체·빅데이터 등 4대 기반산업 등 13개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2014년 업무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13개 산업은 지난해 11월 경제단체, 출연연구소 중심으로 발족한 ‘미래성장동력기획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이다. 미래부는 이를 토대로 상반기 중 제도 개선, 인프라 구축 등 산업별 육성계획을 마련하고 매년 1000억원 이상 지원할 계획이다.

송태형/김태훈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