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진핑 비웃는 중국 공직비리

입력 2014-02-17 20:32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 김태완 기자 ] 베이징에 있는 한 한국 기업 임원은 중국의 모 지방정부 해외투자유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투자유치를 위해 회사를 방문하려는데 식사비를 부담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큰 부탁은 아니어서 흔쾌히 들어줬지만 중국 공무원들이 요즘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실감했다고 한다.

과거 중국 공무원들은 웬만한 대기업 못지 않게 돈을 펑펑 썼다. 중국 공무원들한테 접대를 받은 한국 기업인들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접대를 받았다”고 혀를 내두른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이런 관행은 거의 사라졌다. 이런 변화는 그동안 공무원의 사금고 역할을 해왔던 삼공경비(차량관리비 접대비 해외출장비)가 크게 줄어서다. 리커창 총리는 정부 출범 초부터 중소기업 감세를 통한 경기활성화를 위해 삼공경비를 줄이겠다고 밝혀왔다. 여기에 시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이 휘몰아치면서 공무원들의 삼공경비는 더욱 움츠러들었다.

중국 정부가 삼공경비를 줄인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공무원들의 임금과 결부시켜 생각하면 구조적인 부패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지난해 비리혐의로 처벌을 받은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월급이 1만위안(약 180만원)이라는 내용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실제 베이징 정가에 밝은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중앙부처 과장급 월급은 5000위안 안팎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공무원 봉급이 거의 동결된 결과다. 반면 베이징 물가는 이미 한국 수준이다. 흔히 한국 동포들 사이에서는 “과일과 교통비를 제외하면 중국에서 한국보다 싼 물건을 찾기 어렵다”고 할 정도다.

중국 정부는 방대한 심사 허가권을 갖고 있다. 규정도 모호해 공무원이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관시(關係)와 뒷거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 임금이 오르지 않은 것도 부수입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시 주석은 공직사회 부패 추방에 정치생명을 걸었지만 ‘저임금, 과도한 권한, 막대한 이권’이 공존하는 곳에서 부패가 사라지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