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나 기자 ] 어닝쇼크와 자금난에 허덕이던 건설주들이 꿈틀대고 있다. 부동산시장과 정부정책에서 청신호가 켜지자 '미운오리주' 건설주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17일 오후 2시26분 현재 유가증권시장 건설업종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59% 뛴 134.56을 기록했다.
종목별로 GS건설(12.23%), 대림산업(4.25%), 현대건설(3.19%), 현대산업(6.93%), 화성산업(6.10%), 한라(5.13%), 삼환까뮤(2.80%) 등이 동반 상승 중이다.
지난해 18% 뒷걸음질친 건설업종지수는 새해 들어 바닥을 다지며 반등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연중 최저치로 떨어진 이후 전날까지 5.7% 올랐다.
무엇보다 작년 말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책 발표로 분양가와 집값이 상승한 게 투자심리 개선의 배경이 됐다.
박용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가격 급등은 어렵겠지만 '집값 바닥론'은 확산되고 있다"며 "미분양 아파트도 조금씩 팔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이 각종 사업장에서 발생한 손실을 회계처리한 것도 시장에선 일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망가진 성적표'가 이젠 부실을 털만큼 털었다는 뜻으로도 읽혔기 때문이다. 현대산업, 삼성물산 등은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을 작년 재무제표에 모두 반영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현대산업은 토지매입, 시행, 공사 등을 총괄한다"며 "이들 업체는 분양가 상승을 수익성 상승으로도 연결시킬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곳곳에 지뢰가 숨어있다는 경고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해외 저가 수주의 후폭풍이 거셌다면 올해는 국내 사업장에서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미착공 국내 PF 사업의 착공 전환에 나서는 GS건설이 최근 증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자 또 다시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선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위 20개 건설사의 PF 우발채무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현실화되면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 될 것"이라며 "GS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의 PF 잔액은 주택매출 비중에 비해 PF 잔액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