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어릴 적에 유랑극단을 본적이 있으신 분들은 아마 서커스 구경도 기억이 나실 것이다. 떠돌이 유랑극단이라고도 불리던 천막치고 그 안에서 서커스를 하는 것을 구경하던 시절이 있었다. 필자도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는 종종 봤던 것 같다.</p> <p>
[원숭이섬의 비밀 – 서커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가수들도 나오고(실제 가수가 아니라, '너훈아', '태진오', '이숭철' 같은 분들이 나온다). 곡예(曲藝)가 아니라 기예(技藝)수준의 서커스를 볼 수도 있다. 특히 입으로 불을 삼킨다던가 천막 지붕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곡예를 하고 외줄타기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 하는 장면에서는 너도 나도 주먹에 힘을 꼭 쥐고 땀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였다.</p> <p>그 때는 지방에 동물원도 많지 않던 시절이라 같이 공연하는 원숭이들도 주연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언젠가 TV에서 보니까 곰이나, 호랑이들도 나오던데, 필자가 구경하러 갔던 서커스단은 원숭이들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보통 미녀 조련사가 채찍을 휘두르며 호랑이나 곰과 함께 멋지게 공연을 하던 모습을 기대했으나, 언제나 세발자전거 타는 안경 낀 원숭이만 있었다.</p> <p>지금은 추억이 되었지만 아직도 저렇게 유랑극단 형식으로 전국 각지를 돌면서 공연을 하는 팀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제주도에도 한 번 와주세용). 하지만, 이런 공연도 보고 싶을 때 아무 때나 TV 채널 돌리듯이 쉽게 구경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1년에 한 두 번 보기도 쉽지 않은 행사였다. 그나마도 1980년대 대도시를 중심으로 점차 구경하기 힘든 추억이 되어버렸다.</p> <p>그러던 와중에 게임으로 등장한 서커스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84년에 '코나미(KONAMI)'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서커스 게임 '서커스 찰리' 라는 게임이다. 필자는 '재믹스'라는 게임기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원판은 'MSX' 기종에서 출시된 것으로 '재믹스'는 그 당시 'MSX'를 기반으로 한 국내 출시용 게임기였다.</p> <p>■ 8Bit 게임기 춘추전국 시대가 있었다
한때 게임기 춘추전국 시절에 지금의 대기업으로 군림하던(사실 그 때도 대기업) '삼성'이나 '현대'는 물론이고 '대우', 'LG(럭키금성)' 등 기존 전자사업에 진출한 회사에서부터 전혀 전자사업과는 연관이 없던 기업들까지 가세하여 그야말로 게임기 춘추전국의 시대를 방불케 하던 때가 있었다.</p> <p>물론 순수 자체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일본에서 출시한 게임기를 라이선스 생산하거나 복제하던 수준이었지만.. 그 당시에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넓히며 포문을 연 것은 '대우'에서 출시한 '재믹스'라는 이름의 'MSX'기반 게임기였다. '재믹스'게임기는 꽤 인기를 얻으며 계속해서 시리즈화되어 생산되었다.</p> <p>
[재믹스 수퍼 V] MSX(MSX1) 기반
1985년 - CPC 50 재믹스 원(Zemmix I)
1987년 - CPC 51 재믹스 브이(Zemmix V)
MSX2 기반
1990년 - CPC-61 재믹스 수퍼 브이(Zemmix Super V)
1991년 - CPG-120 재믹스 터보(Zemmix Turbo)</p> <p>최근에는 '재믹스 네오(Zemmix Neo)'라는 이름으로 여러 뜻 있는 분들의 힘을 모아 과거의 '재믹스' 복각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하였다(아쉽게도 필자는 구하지 못했다). 이 시절에는 '삼성'에서 '세가(SEGA)'와 손잡고 '겜보이' 라는 이름으로 국내 출시했다. '현대'에서는 '닌텐도(NINTENDO)'와 손잡고 '컴보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출시했다.</p> <p>필자와 또래 친구들은 '대우 재믹스'를 먼저 접하고 그 뒤로 몇 년 뒤에야 '현대 컴보이'를 접할 수 있었다. 기억으로는 8Bit 국내 게임기 시장은 '대우 재믹스'가 먼저 진출해서 기반을 닦아놓고 그 위에 '삼성 겜보이'나 '현대 컴보이'가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나 생각된다(실은 '세가'와 '닌텐도'지만..).</p> <p>
[대우 '재믹스'] 필자와 친구들이 갖고 놀았던 '재믹스'는 대부분이 빨간색 모델이었다. 뒤에 검은색, 노란색도 나왔던 것 같은데 정확한 차이는 잘 모르겠다. 빨간색 모델에서 시간이 흘렀을 무렵에는 새로 나온 재믹스 모델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닌텐도 패미컴(현대 컴보이)'나 '세가 마스터 시스템(삼성 겜보이)'를 구입하고 그 뒤에도 '닌텐도 슈퍼 패미컴(SFC)'나 '세가 메가 드라이브(MD)'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p> <p>세가와 닌텐도가 치고 박던 8Bit, 16Bit 게임기 시장을 지나 어느 순간 TV나 워크맨을 만들던 회사가 게임기를 만들더니 지금은 'MS'와 함께 전 세계 콘솔 게임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소니(SONY)'이다. 그래도 아직 '닌텐도'는 살아 남았고, 마치 게임기 시장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보는 것 같다.</p> <p>
[대우 '재믹스 PC 셔틀'] 게임기 시장에 진출하여 '재믹스'라는 놈으로 재미를 본 회사에서는 'MSX'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원했나 보다. 결국에는 'PC 엔진'까지 손을 댔는데, 판매실적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나마 다른 업체와 비교해서 갖는 장점이라고 한다면 같은 'PC 엔진' 호환 기종 중에 그 당시 '해태전자'에서 판매했던 '바이스타'라는 기종은 미국판 'PC엔진' 기종이어서 국내 게이머들이 즐겨 하는 일본판 게임카드(휴카드)와 호환이 안 되었다.</p> <p>물론 나중에 컨버터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제품은 크게 빛을 보지 못 하고 주변에 갖고 있는 친구들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p> <p class='0' style='background: #ffffff; text-autospace: ;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너도나도 합치던 '190합팩'의 단골 '서커스 찰리'</p> <p>아무튼 그러하던 시절에 게임기를 구매한 사용자들조차도 게임 소프트웨어들을 구매할 때는 다소 비싼 가격이라고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p> <p>그 당시 '롬팩'이라 부르곤 했던 '게임 카트리지'를 맘대로 막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게임 팩을 하나 사면 신물이 나도록 질릴 때까지 죽어라 하든가, 중간에 중고로 팔아 치우고 그 돈을 보태든가 비슷한 가격대의 중고 게임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기도 하였다.</p> <p>정말 아끼는 게임 몇 개 정도만 소장하는 식으로 하고 대부분의 유행성 게임은 그때 그때 사고팔고 하는 식으로 게임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저(低)용량의 몇몇 게임들은 팩 하나에 담기가 사실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16합팩'이니 '30합팩' 이니 해서 팩 하나에 미니 게임을 몽땅 쑤셔 넣던 팩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팩들은 대부분 정식 절차를 거쳐서 만들어진 팩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해적판 불법 팩들이 많았다(솔직히 그 때는 그런 개념조차 잘 몰랐지만.).</p> <p>
[3합팩 정도는 양반.. 그러고 보니 그 유명한 '삼합'] 이런 모듬 게임들은 나중에 점점 늘어나서 '50합팩', '60합팩' 하더니 결국 '100합 게임'도 등장하는 등 '아니 어떻게 팩 하나에 100가지가 넘는 게임들을 다 넣을 수가 있지?' 하는 필자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짓밟는 썩어빠진 상술이 등장하기도 하였다.</p> <p>실제로 말만 100가지 게임이지 결국 처음 1번부터 100번까지 다 해보면 중복되는 게임들이 대다수였다. 이름만 조금씩 다르고 같은 게임이다 보니 게임 이름만 기준으로 본다면 100가지 종류가 넘는 게 맞지만, 이놈이나 저놈이나 이름만 다르지 같은 게임이다 보니 실제로는 20~30여개 게임이 고작이었다.</p> <p>
[190합팩까지 등장] 아무튼 이런 사기행각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나름대로 판매수익도 괜찮았던 것 같다. 실제로 1번부터 190번 끝까지 다 해볼 시간도 없고, 자기가 아는 게임 몇 개만 들어가 있으면 그 게임만 주로 하기도 해서 몇 개나 중복되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사실 중복되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거 아까 내가 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할 것이다.</p> <p>또한 팩 안에 게임들이 중복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냥 그 가격에 그런 것들이 다 그렇지 뭐' 하는 대충 주의로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이다 보니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됐던 적은 없는 것 같다.</p> <p>
[게임과는 관련 없을 수 있음] 이런 합팩 게임들에는 거의 대부분 들어가는 게임들이 있었는데, '탱크' 게임이라던가 '테니스' 게임이라던가 하는 것들이다. 그 중에 '서커스' 게임도 합팩의 단골손님이었는데, 위험천만한 '서커스' 게임만 하기에는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는지 다른 게임들을 함께 섞어서 합팩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 중에서도 '서커스 찰리' 게임은 과히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면이 없이도 재미있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모여서 즐기기에 적당한 패밀리 게임이다. 하지만, 실제로 온 가족이 사이좋게 모여서 이 게임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p> <p>■ 서커스 찰리, 스마트폰 게임용과 비슷한 컨셉
['서커스 찰리'] 오락실에 가면 간간이 볼 수 있었고, 오락실보다는 집에서 콘솔 게임기로 더 많이 했던 '서커스 찰리' 게임.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 아이들이 너도나도 불구덩이 뛰어넘기, 외줄 타기 점프하기 등을 하면서 서로 먼저 하겠다고 패드를 주거니 뺏거니 하면서 싸웠던 기억이 난다.</p> <p>
['찰리의 서커스' 국내에는 그냥 '서커스'라고 알려진 경우가 많다.] 난이도에 따라 스테이지 구성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손도 못 댈 정도라던가,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다던가 하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조금만 타이밍에 익숙해지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이었다.</p> <p>최근 스마트폰 게임용으로 비슷한 컨셉의 게임을 구성한다면 좋은 소재가 아닐까 싶다. 소위 '원 버튼 게임' 이라 불리는 최근의 스마트 폰 게임들의 UI특성에 맞출 수 있는 게임이 아닐까 하고 생각된다. 물론 소재만 참고해서 만들자는 얘기이다(요즘 하도 '카피캣' 으로 세상이 어수선한 시절이라..)</p> <p>이 게임을 오랜만에 꺼내보니 드는 생각은 요즘 아이들은 어디서 서커스 구경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TV에서 본 것 같이 호랑이 입 속에 머리를 집어넣는 그런 서커스단은 왜 우리 동네에 안 왔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대한민국 중 장년층이라면 어린 시절 게임을 통해서 접했던 실제로 천막 극장을 통해 접했던 간에 '서커스' 라는 것은 그리운 추억의 소재가 아닐까 싶다.</p> <p>■ 필자의 잡소리
이 게임은 최근에 새롭게 색을 더해서 등장하기도 했다. 기본 구성은 크게 바뀌지 않고 색상만 조금 더 보기 좋게 바뀌었다.</p> <p>
[예전 추억이 물씬,..] 이 게임은 사운드 또한 일품인데, 뭔가 쿵짝 거리는 흥겨운 느낌의 배경음악은 정말 서커스 구경을 하러 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은 출시되는 게임마다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게임 내용(기획)이 정교하고 섬세한 것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다른 얘기인데도 많은 개발자들이 이 부분을 혼동하는 듯 하다.</p> <p>필자도 가끔 이렇게 20~30년 지난 게임들을 꺼내 보면서 'Simple is Best' 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요즘 새롭게 느끼고 있다.</p> <p>한경닷컴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p>
[게임별곡 31] 자유도가 이런 거였어! '주시자의 눈'
[게임별곡 32]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벽돌깨기'
[게임별곡 33] 돌아갈래! '응답하라! Area 88'
[게임별곡 34] '기억나지? 전설의 와가나리' '파이널 파이트'
[게임별곡 35] 죽이는 게임? 살리는 게임! '레밍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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