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원천기술 공유…박삼구 회장 "빅3에 도전"
[ 정인설 기자 ] 금호타이어가 세계 8위 타이어 업체인 일본 요코하마와 손잡고 차세대 제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상황을 감안해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상호 주식 취득 등 자본 제휴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브리지스톤(일본), 미쉐린(프랑스), 굿이어(미국) 등 글로벌 ‘빅3’에 도전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나구모 다다노부 요코하마 고무 회장은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기술 제휴 본계약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앞으로 타이어 특허와 원천기술을 공유하게 된다. 또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생산 공정 단계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서로 공개해 신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이번 기술 제휴를 통해 양사는 전략적 동반자로서 함께 미래 성장을 지속적으로 도모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국간 경제협력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이번 계약을 통해 요코하마의 강점인 제조 기술과 품질 관리 기법에 관한 노하우를 배워 품질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매출 대비 R&D 비율을 현재의 2%대에서 5%대로 끌어올려 세계적 타이어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연구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은 “요코하마와의 제휴를 발판으로 기술명가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제2의 창업을 이루겠다”고 했다.
1917년 설립된 요코하마는 지난해 6016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타이어 부문 매출은 4795억엔이다. 세계 7개국에 12개의 타이어 공장을 갖고 있으며 임직원 수는 2만명 수준이다. 요코하마는 매출 기준으로 금호타이어(12위)보다 높은 세계 8위 업체지만 중국 시장 때문에 먼저 기술 제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코하마가 중국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데 비해 금호타이어는 1994년 중국에 진출해 난징, 톈진, 창춘 등에 4개의 타이어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금호타이어는 요코하마와 지분을 교차 보유하는 방안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작년 12월 양사가 기술 및 자본 제휴를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상호 지분 매입을 추진했지만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제동을 걸었다. 채권단은 요코하마가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입하면 박 회장과의 우호 지분 비율이 1대 주주인 산업은행(18.51%)과 비슷한 18%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시간을 두고 자본 제휴를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호타이어는 내년 초 워크아웃 졸업을 목표로 신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단된 미국 조지아공장 건설도 내년부터 재개해 차세대 타이어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