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마겟돈' 덮친 美…경제도 얼어붙었다

입력 2014-02-14 21:36
수정 2014-02-15 04:07
1월 소매 판매 0.4% 줄어 2개월 연속 하락
고용지표도 부진…월가는 '일시적 위축'에 베팅


[ 뉴욕=유창재 기자 ]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북극 한파’에 미국 경제도 얼어붙었다. 고용과 제조업에 이어 미국 소비시장도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한다. 일부에서는 지난 2개월간의 부진한 경기지표가 이상 한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추세적 현상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적어도 연초에 팽배했던 미국 경제 낙관론은 힘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상무부는 13일(현지시간)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4% 줄었다고 발표했다. 소매판매는 자동차, 가구, 의류, 외식 등 소비재의 판매량을 집계한 수치다. 이 지수는 2012년 6월 0.8% 감소한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도 소매판매가 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가 2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2009년 미국 경기침체 종료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유통업계는 이례적으로 추운 겨울 날씨가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는 지구 종말을 가져올 정도의 대재앙을 뜻하는 ‘아마겟돈’과 ‘눈(snow)’을 합친 ‘스노마겟돈(snowmageddon)’이라는 표현이 유행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연방정부가 올겨울 들어 세 번이나 ‘셧다운’(일부 폐쇄)을 선언했을 정도다. 특히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어들며 전체 소매판매 수치를 끌어내렸다. 자동차를 제외한 1월 소매판매는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작년 12월에는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3% 늘어났다.

하지만 날씨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각종 경기지표가 빠르게 개선됐던 지난해 하반기가 ‘반짝 회복기’였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온라인 판매를 비롯한 이른바 ‘비상점’ 유통업체 매출이 줄어든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콜로라도 덴버에서 티셔츠, 모자, 벨트 등을 파는 록마운트랜치의 스티브 웨일 사장은 “폭설 때문에 매출이 줄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고용시장 부진, 해외 관광객 감소 등 다양한 요인들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매출이 늘어날 요인을 찾아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고용 지표도 여전히 부진하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8000건 증가한 33만9000건을 기록해 한 주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 33만건도 웃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의 분위기는 좋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63.65포인트(0.40%) 오른 16,027.59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도 10.57포인트(0.58%) 올랐다. 최근의 부진한 경기지표를 날씨 탓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신흥국 위기가 다소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투자 심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