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4일 실형을 선고받자 CJ그룹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이 장기화할까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최근 잇따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이 회장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으나 징역 4년의 실형이 나오자 실망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그룹 내부적으로는 항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 곧 준비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총수의 경영공백 장기화로 기존 사업뿐 아니라 신규·해외사업 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 차질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긴축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은 이 회장이 구속 기소된 작년 7월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주요 계열사의 전략기획 책임자 30여 명을 모아 전략기획 협의체를 구성하며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으나 실적은 부진했다.
작년 CJ의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7861억원)은 전년보다 26.1%, 당기순이익(3208억원)은 43.8% 줄었다.
특히 그룹의 모기업격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영업이익(3466억원)이 전년보다 무려 30.8% 하락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주요 투자계획도 잇따라 보류돼 작년 5월 이재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중단되거나 지연된 계열사의 투자 규모가 6400억원에 달한다.
올해의 경우 경영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CJ호(號)가 선장을 잃고 표류하자 걱정의 눈길을 보내는 해외 투자자를 위해 최근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나서 "CJ는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올 것"이라며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룹 관계자는 "CJ가 제일제당이라는 식품기업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유통을 아우르는 종합 생활문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결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회장 부재가 길어지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돼 그룹 중장기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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