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朴心 논란' 이어 5월前 전대냐, 8월 전대냐 '파열음'

입력 2014-02-13 21:07
핵심 친박-비박 중진…'정치적 셈법' 다르다

'8월 전대' 주장하는 친박, 관심 분산돼 선거 악영향…선거후 책임론도 부담
강력 반발하는 비주류, "지도부 진로위해 연기…선거전에 대표 뽑아야"


[ 이정호 기자 ]
차기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전대) 개최 시기를 놓고 새누리당 내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 이후인 ‘8월 전대’를 밀고 있는 친박(친박근혜) 지도부와 당헌·당규대로 6·4 지방선거에 앞서 ‘5월 이전 전대’를 주장하는 비(非)주류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차기 당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계파 간 갈등이 조기 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차기 당권주자와 중진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파워 게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논의했지만 당내 의견이 엇갈리면서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의총에서 김성태·김용태 의원 등 친박 세력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은 “지도부가 당내 의견 수렴 없이 조직적으로 8월 전대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황우여 대표의 2년 임기는 오는 5월15일까지다. 원칙대로라면 임기가 끝나기 전인 5월 초에 전대를 열어 새로운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최경환 원내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 등 현 지도부는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전대를 치르면 당내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 지방선거 후보자보다 당권 후보에게 이목이 쏠린다는 점,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부 갈등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전대 시기를 8월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도 8월 전대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4 지방선거 전에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임기를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자칫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주류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도 친박 주류 측에는 부담이다.

홍 총장은 이날 의총에서 “5월에 전대를 열어 신임 지도부를 선출해야 하지만 그때가 되면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등 일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4, 5월) 조기 전대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비박, 비주류 의원들은 반발했다. 김영우 의원은 “현 지도부의 우려대로라면 전대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며 “지방선거 필승 카드로서도 지방선거 전에 새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태 의원은 “8월에 당권을 잡은 사람이 잘 버텨서 2016년 공천을 하겠다는 소리”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할 게 아니라 지방선거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생각을 갖고 당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태 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일부 당 지도부가 본인의 정치적 진로와 정치적 활동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대를 연기하려 하고 있다”며 “의도적으로 전대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에 5월 전대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조기 전대론에 불을 지핀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서청원 의원과 당권 경쟁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김무성 의원과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 등도 지도부와 핵심 친박 측의 전대 연기론에 반대하고 있다.

전대 시기에 대한 당내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일부 의원이 다음주 추가 의총을 열 것을 요청했지만 당 지도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