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약을 '단돈 2원'에 공급하라니…

입력 2014-02-12 21:45
제약업계, 청와대·공정위에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폐지 요청


[ 김형호 기자 ] 한국제약협회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등 제약 관련 단체들이 청와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에 ‘대형병원의 의약품 저가공급 강요행위 시정과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2원 낙찰’ ‘5원 낙찰’ 등 도를 넘어선 병원들의 저가입찰 요구가 제약산업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약협회 등은 의약품 저가공급 강요 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제재,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 국무총리실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병원이 건강보험적용 의약품을 정부가 고시한 상한가보다 싼 가격에 구입하면 그 차액의 70%를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제도다.

이들 협회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지난 1일 재시행된 이후 전년 대비 최고 95% 가격 인하 등 저가공급 강요와 거부 시 거래거절 위협 등이 빈발하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대학병원에서 알당 500~1000원 선인 의약품에 대해 ‘2원, 5원, 10원 가격’ 입찰을 강요하고, 거절할 경우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재시행된 제도의 적용을 받기 위해 6월 만료인 기존 계약까지 해지하고 2월부터 새 계약을 요구하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며 “병원들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공정한 경쟁기반을 훼손하고 제약유통질서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협회 등은 △일방통보한 견적서 제출요구 △병원의 일방적 할인율 적용 △저가납품 불응 시 병원 내 의약품 코드삭제 위협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들 단체는 “병원들의 저가공급 강요 행위를 방치할 경우 제약산업의 연구개발(R&D) 기반이 급속히 붕괴되는 것은 물론 과도한 인센티브 지급으로 건강보험의 지출 부담이 커지는 정책 실패를 초래할 것”이라며 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는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실거래가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2월부터 재도입했으나 병원에 대한 인센티브 특혜 논란 때문에 국회와 시민단체도 반대하고 있다. 보험약가개선협의체는 오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인센티브 규모 축소 및 존폐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