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中은 연구 질주, 韓은 성체줄기만 파고들어
'황의 배아줄기' 특허 계기 국내 과학계 다시 요동
[ 이준혁 /워싱턴=장진모 기자 ]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만든 ‘1번 인간배아줄기세포(NT-1)’가 미국에서 특허 등록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줄기세포 연구를 재개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는 미국과 일본 양강 체제로 굳어져 있다.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팀이 지난해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얻으면서 그동안 일본이 주도해온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와 대결하는 모양새다.
반면 한때 줄기세포 강자였던 한국은 지난 10년간 ‘황우석 트라우마(깊은 외상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를 떨쳐내지 못해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중단된 복제줄기세포 연구
2012년 11월 정부가 발표한 ‘줄기세포 기술개발계획’에 따르면 국내 줄기세포 연구투자비는 2008년 387억원에서 2012년 1004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투자 분야의 절반 이상(65%)이 골수나 지방, 탯줄 혈액 등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에 몰려 있다. 윤리적 논란이 없는 안전한 분야에만 연구개발 투자를 한다는 얘기다. 복제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는 전무하다.
현상환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질병으로 손상된 세포를 줄기세포로 대체해 치료하려면 원하는 세포로 쉽게 자라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다른 어떤 줄기세포보다 배아줄기세포가 가장 우수하다”며 “성체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만 분화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 줄기세포 ‘질주’
세계 줄기세포 시장은 지난해 12억달러에서 연평균 48% 성장해 2020년에는 160억달러(약 17조6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줄기세포 연구의 종주국인 미국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규제를 수년 전부터 획기적으로 풀고 있다. 지난해 1월 연방대법원은 조지 부시 정부가 연방정부 연구비를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을 다시 허용하는 쪽으로 판결을 내렸다.
일본은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 연구에 돌입했다. 노인성 망막질환을 앓는 환자 6명을 대상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갖고 망막세포를 재생하는 시력회복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치료 목적의 배아복제 연구를 전면 인정했다.
하지만 한국은 황우석 사태 이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스스로 포기한 상태다. 차의과대와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2009년 황우석 방식의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정부 승인을 받았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패로 끝났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