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랜드마크 상권 (3)] 상가 지도 바꾸는 '제주 속 작은 중국', 바오젠거리…주변 상권도 들썩

입력 2014-02-12 20:32
수정 2014-02-13 04:14
관광객 70% 중국인…화장품·특산품 인기
도로변 상가 권리금, 1년 만에 2배 껑충


[ 최성국 기자 ]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렇게 많다니 놀랍네요.”

12일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쑨리리(32·여·하얼빈)는 “제주 관광지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친구 사이인 네 가족 11명이 함께 제주를 찾았다는 그는 “중국인들 사이에 제주의 인기가 생각 이상”이라며 “제주의 맑고 깨끗한 자연 환경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제주경제 이끄는 바오젠거리

‘제주 속의 작은 중국’인 바오젠거리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구매력에 힘입어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다.

바오젠거리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은련(銀聯)카드사가 내건 중국어 환영 플래카드다. 은련카드 관계자는 “면세점을 제외하고 제주에서 카드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 바오젠거리”라며 “전통시장에 비해 10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상점들은 유커의 발길을 끌기 위해 ‘중국어 안내’ ‘인민폐 OK’ ‘K-TV(중국 노래방기기) 완비’ 등을 내걸었다. 15㎡ 남짓한 화장품 매장인 에뛰드하우스에는 중국인들이 쉼없이 찾았다. 직원 박모씨는 “비수기임에도 하루 200여명이 찾아 하루 평균 750만원어치를 사가고 있다”며 “비수기가 끝나는 4월부터는 1200만원 매출이 무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커들이 바꾸는 상권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70~80%는 중국인 관광객이다. 바오젠거리의 업종은 중국인 관광객 기호에 따라 꾸준히 바뀌고 있다. 유커들이 제주에서 가장 많이 찾는 물품은 화장품 의류 가방 특산품 순이다. 화장품 선호가 두드러져 바오젠거리의 30~40%가 화장품 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 화장품 매장주인은 “화장품 매장이 계속 늘다 보니 바오젠거리와 연동 일대에 화장품 매장을 10개나 가진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유커들이 킹크랩 등 해산물을 즐겨 찾자 바오젠거리의 횟집 몇 곳은 킹크랩 전문점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바오젠거리 인근의 그랜드환전소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카드를 많이 사용함에 따라 11년 된 환전소를 특산품 매장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심해복 바오젠상가번영회장은 “제주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인 관광객의 기호를 한발 더 앞서 파악해야 한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호떡 어묵 등 길거리음식을 팔기 위해 제주시청과 노점상 개설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상권 확장 촉발한 바오젠거리

바오젠거리의 상가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주변인 신광로와 노연로 일대에는 의류매장 숙박업소 음식점 등이 늘고 있다. 연북로는 금융중심가로 떠오르고 있다. 거리 북쪽에 있는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남쪽의 신라면세점은 바오젠거리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매출이 늘고 있다. 이원희 이마트 신제주점장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의류 가전제품 화장품 홍삼류를 사가는 데 힘입어 매년 3% 이상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권 확산은 부동산 가격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조재만 제주벽산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연동지역 상가가격도 많이 올랐다”며 “2년 전 4억~5억원 하던 연동지역 도로변 3층 건물이 15억원까지 올랐고 상가 권리금은 100㎡ 기준으로 1년 전보다 배가 오른 2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