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소위 ‘테이퍼링’이라고 일컫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점진적 유동성 공급 축소 정책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신흥시장뿐만 아니라 선진국 증시마저 요동쳤다.
ELS·DLS는 불확실한 시기의 대안
미국의 테이퍼링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이어지면서 자산시장과 투자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은 현명한 투자 대안 중 하나다. 자산가격이 상승하거나 횡보할 때는 물론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들이어서다.
ELS나 DLS는 특정 종목이나 코스피 같은 주가지수, 금·은 등 원자재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미리 정해진 공식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투자자는 원금보장형으로 가입할 수도 있다.
최근 가장 많이 발행되는 ‘스텝다운(step-down)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연 7~8%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입 시점 대비 기초자산 가격이 40~50% 하락하면 손해가 발생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ELS와 DLS는 자산이 상승할 때보다는 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횡보 또는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매력이 더 크다. 특히 ELS와 DLS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률도 높아진다. 테이퍼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투자자들은 유용하게 ELS와 DLS를 활용할 수 있다.
선진증시·금리·환율 기초 상품 관심
그렇다면 테이퍼링 시대에 투자를 고려할 만한 ELS와 DLS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상품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다. 테이퍼링으로 신흥시장에서 자본이 유출돼 선진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신흥국 증시에서는 119억8000만달러가 유출된 반면 선진국 증시엔 212억9000만달러가 유입됐다. 자금 흐름뿐만 아니라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선진국이 신흥국에 비해 매력적이다.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끝내서다. 이런 트렌드를 감안할 때 미국 S&P500지수와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EURO STOXX)50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가 올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금리와 환율을 기초로 하는 DLS다. 양적 완화 축소 이후 달러 강세가 예상되고 이 탓에 원자재 시장은 약세를 이어갈 공산이 높다. 때문에 기존 DLS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됐던 금·은·원유의 상승 여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금리 및 환율을 기초로 하는 DLS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비교적 유망할 것이다.
금리 관련 DLS는 미국채 금리 상승 시 수익이 발생하는 ‘TBT 상장지수펀드(ETF)’나 투자적격등급 이하 기업으로부터 담보를 받고 제공되는 변동금리 대출에 투자하는 ‘시니어론 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들이 좋은 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테이퍼링이 진행되면서 미국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경우 이들은 양호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환율 기초자산 DLS는 위안화·달러 역외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위안화·달러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사채(DLB)’가 유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이자 흑자국인 중국의 위안화는 국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향후 완만한 절상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주목할 ELS와 DLS 유형은 하방 배리어(원금 손실구간 진입 수준)가 낮은 상품들이다. 예를 들어 금을 기초로 한 ‘하방 배리어 35’인 DLS를 금 가격이 온스당 1200달러일 때 가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상품은 금 가격이 가입 시점 대비 65% 떨어진 온스당 420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증권사들은 안정성향 투자자들을 겨냥해 하방 배리어를 50 이하로 한 상품들을 상반기에 속속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목형보다는 지수형 ELS로 대응을
테이퍼링 시대에 ELS와 DLS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고려할 사항들이 있다. 우선 자산의 변동성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종목형보다 지수형 ELS가 유망하다는 점이다. 종목형 ELS는 지수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반면 변동성이 높아 손실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작년 GS건설이나 삼성엔지어링 등의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서 원금손실이 대거 발생했다. 올해도 몇몇 종목형 ELS들이 하방 배리어를 터치해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된다. 금융시장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수익성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에겐 당분간 지수형 ELS를 추천한다.
발행사의 신용도도 유념해야 한다. ELS와 DLS는 사실상 채권이다. 발행사가 부도나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결제 리스크를 고려할 때 발행사의 신용도를 주요 투자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끝으로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인 ‘녹 인 배리어(knock in barrier)’는 본인의 위험 감수 성향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녹 인 배리어를 높게 하면 일반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상관관계를 보인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녹 인 배리어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면 원금 손실 리스크도 늘어난다. 따라서 상품을 선택할 때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합리적 녹 인 배리어를 설정해야 한다. 미국의 테이퍼링 실시 과정에서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 ELS와 DLS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이긴 하지만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 ELS와 DLS도 목표수익률을 평상시보다 낮게 잡고 다소 보수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김희주 < KDB<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6800 target=_blank>대우증권 상품개발실 이사 heejoo.kim@dwse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