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어 세계은행에도 한국인 국장 탄생

입력 2014-02-11 21:14
한국인 여성 첫 국제금융기구 고위직에 오른 소재향 씨

양허성자금 국제협력부
스탠퍼드大 MBA 출신


[ 이심기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세계은행에도 한국인이 국장 지위에 오르는 등 국제기구에 한국인의 고위직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11일 양허성자금 국제협력부(CFP) 신임 국장(director)에 한국 국적의 소재향 씨(사진)를 지명했다. 이번 인사로 소 신임 국장은 세계은행 내 한국 국적자로서 가장 높은 관리직에 임명됐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임명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함께 양대 국제금융기구의 국장급 자리에 한국인이 모두 진출하게 됐다. 세계은행에서 국장은 IMF와 마찬가지로 총재와 부총재에 이은 세 번째 지위다.

소 내정자는 현재 세계은행에서 물·위생프로그램(WSP) 담당 과장(매니저)을 맡아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의 상하수도 개발과 위생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장으로 승진하면 항만과 도로 건설 등 개도국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세계은행의 각종 개발자금 지원을 지휘하면서 국제협력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서울 출생인 소 신임 국장은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마쳤다. 1992년 세계은행의 공채제도인 전문가 프로그램을 통해 입행한 뒤 사무총장 보좌관, 아시아지역 선임 인프라 전문가 등을 역임했다.

2012년에는 업무능력과 조직에 대한 기여 등을 인정받아 세계은행 직원협의회에서 수여하는 ‘좋은 매니저상(Good Manager Award)’을 받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 총재 취임 이후 한국의 개발 경험을 개도국에 알리는 데 세계은행이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국인이 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소 내정자는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고위급 개발콘퍼런스에 참석해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 관점에서 지원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잇따른 한국인의 고위직 진출이 젊은이들의 국제기구 진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세계은행 52명을 비롯해 IMF 29명, 아시아개발은행(ADB) 54명,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11명 등 전 세계 국제금융기구에 약 150명의 한국인이 근무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