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풍경 사진 찍으면 모두 표절? 외국 사례 살펴보니…

입력 2014-02-11 17:29
수정 2014-02-11 18:52

[ 최유리 기자 ] '솔섬'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풍경 사진의 표절 여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법원이 풍경 사진에 대한 저작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초유의 관심사다. 해외의 경우 누구나 촬영 가능한 풍경 사진의 독점적인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다.

1992년 미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책에 폼페이 유적 사진을 담은 출판인 카라차스가 동일한 대상을 촬영해 다른 책에 실은 출판사 타임라이프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원 저작물의 창작적인 부분을 모방하지 않았다면 동일한 피사체를 활영했다는 것을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같은 장소를 촬영한 사진은 필연적으로 유사할 수 밖에 없으며 같은 앵글이나 조명에서 촬영해 유사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도 유사한 판례가 이어졌다. 2011년 동일한 폐허 풍경을 촬영한 두 작가(원고-마루타 쇼조, 피고-고바야시 신이치로) 사이에 진행된 소송에서 법원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

피사체와 구도는 표현의 본질적인 특성이 아니며 이를 확인할 수도 없다는 게 판결의 주된 내용이다.

이같은 외국의 사례는 대한항공과 마이클 케나의 소송에도 활용될 수 있어 판결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 국내 사진 전문가는 "이번 소송으로 풍경 사진에 대한 저작권의 개념이 명확해질 것"이라며 "우리보다 앞서 사진의 저작권 개념을 구체화한 선진국의 법적 사례들이 판결에 큰 도움을 주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공근혜 갤러리는 대한항공이 마이클 케나 사진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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