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시장, 아프리카를 가다] 돈맥 터진 아프리카에 '한국 금융'은 없다

입력 2014-02-10 21:52
수정 2014-02-11 04:10
(6) 투자금융으로 '검은 땅'을 일궈라

자본없는 아프리카, 돈 가져가 개발하고 수익 내야…10년이상 장기투자는 필수
'국제 컨소시엄' 끼지 않으면 건설수주 사실상 어려워…국내 은행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 김현석 기자 ]
글로벌 항만회사 두바이월드는 2007년 세네갈 다카르항의 터미널 운영권(25년)을 따냈다. 이후 1단계로 33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대) 규모의 화물 처리량을 55만TEU로 늘리고 운영 시스템, 크레인 등 설비를 현대화했다. 여기에 2억1000만유로를 투자했다. 돈은 두바이월드가 4300만유로를 출자하고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이 각각 4750만유로를 대출, 컨소시엄을 짜서 마련했다.

대규모 투자로 다카르항은 세네갈뿐 아니라 서부 아프리카의 전략적 관문으로 자리매김했다. 배를 대는 대기시간이 거의 사라지면서 항구의 가치는 약 6억유로로 치솟았다. 두바이월드는 150만TEU 규모의 새 터미널을 짓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필립 레이놀즈 SC은행 아프리카 지역총괄은 “세네갈 모잠비크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항구에만 20억달러를 투자했다”며 “도로와 철도, 발전 프로젝트 등 아프리카에는 투자할 게 많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개발사업은 국제기구와 민간은행 컨소시엄의 투자, 즉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의해 이뤄진다. 아프리카 내부에 부가 쌓이지 않아 해외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많은 해외 금융사가 아프리카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은행들은 존재감이 없다. 현지에 진출한 민간은행은 없으며,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집행을 대행해 탄자니아 등 몇 나라에 나가 있는 정도다. 수은의 지원도 프로젝트당 최대 1000억원으로 묶여 있어 시장 개척에 한계가 있다. 아프리카에서의 투자는 최소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금융사 부재는 국내 건설사의 아프리카 진출에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개발사업의 시공사를 정할 때 투자한 금융사와 국제기구의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돈이 들어간 개발사업은 일본 건설사가, 미국 자금이 들어간 곳엔 미국 회사가 주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중국은 100% 중국 회사가 맡는다.

우리도 좋은 사례가 있다. 광업진흥공사 등 한국 컨소시엄이 지분 27.5%를 투자한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광산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대우인터내셔널 경남기업 현대지니어링 등이 발전소, 제련소 등 4억7000만달러 규모의 시공을 맡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가 투자금융 실적이나 아프리카 경험이 많지 않지만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개발금융을 주도하는 세계은행, AfDB 등 다자개발은행(MDB)의 동향을 파악해 이들이 주도하는 PF에 함께 들어가라는 것. 실제 중국 수출입은행(CEXIM)은 이들 MDB와의 협조 융자에 적극적이다.

세계은행 자회사인 국제금융공사(IFC)의 카디디아 코네르 투자관은 “IFC는 아프리카에만 74억달러를 투자했고 앞으로도 계속 늘릴 것”이라며 “한국 금융사와 기업의 공동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태출 대우건설 남아공지사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알아서 개발하고 나오는 걸 팔아서 회수해 가라는 식”이라며 “국내 기업이나 은행들이 아프리카에 발을 담그려면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겠다는 자세로 금융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 컨소시엄에 들어가면 투자 위험도 감소한다. 박영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아프리카팀장은 “IFC 등 MDB가 참여하는 곳에 들어가면 각종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암바토비 프로젝트도 2009년 쿠데타로 집권한 안드리 라조에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개발을 취소하려 했지만 컨소시엄에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여러 나라가 참여하고 있어 불가능했다.

아프리카 현지 금융시장도 커지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뒤 배드뱅크를 만들어 전체 은행의 절반인 25개 은행을 정리했다. 또 남은 은행에 대해서는 자본 적정성 규제를 높이는 등 금융감독을 대폭 강화했다.

로저 노드 국제통화기금(IMF) 아프리카국 부국장은 “아프리카 각국에서 민간 대출 등 금융이 커지면서 민간 신용 증가가 성장에 기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라고스(나이지리아)=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