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풍경 유럽 레일투어…칙칙폭폭~ 동화 속 마을로 떠나자

입력 2014-02-10 06:58

유럽은 관광, 미식, 역사, 문화유산 등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곳이다. 에펠탑이 반짝거리는 파리의 야경과 콜로세움이 도시 한가운데 멋들어지게 서 있는 로마 등 대표적인 도시들을 차치하고도, 유럽 소도시로 떠오르는 이미지들도 한결같이 운치 있고 아름답다.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 유럽 땅덩어리를 들여다 보면, 광활한 대륙 안에 거미줄 같이 엮여 있는 철도 네트워크가 거대한 스케일로 뻗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안에는 소박한 기찻길부터 최첨단 초고속 열차를 위한 고속 선로까지 유럽 철도산업의 기술이 집약적으로 담겨있다. 나라별 철도 발달과 기차 수준은 제각각이지만 국경을 넘어 그 차이를 몸소 느끼며 해당 나라를 체험해보는 것 역시 유럽 기차여행의 묘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묘미

유럽 각국의 간판급 초고속 열차는 영국과 유럽 대륙을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유로스타를 비롯해 프랑스의 테제베(TGV), 스페인 초고속열차 아베(AVE), 독일 초고속열차 이체에(ICE), 이탈리아 철도청 초고속열차 프레치아로사, 민영회사가 유럽 최신 열차 모델인 AGV차량과 페라리 디자인을 접목해 선보인 또 다른 이탈리아 초고속 열차 이탈로, 동유럽 초고속 열차의 자부심으로 꼽히는 오스트리아의 레일젯, 스웨덴 고속열차 X2000이 대표적이다.

유럽의 기차여행은 열차 기술력이나 서비스 수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차여행의 대미는 바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다.

같은 기차 이동이라도 달리는 차창을 통해 변화하는 그림이 유럽 기차여행을 완성시키는 필수요소다. 한국 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유럽 4개국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기차여행이 기다리는 추천 구간을 소개한다.

프랑스: 파리~액상프로방스

액상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부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 중 하나다. 초고속 열차 테제베를 타고 파리에서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여정으로, 프랑스의 드넓은 평야 위로 파란 하늘과 솜사탕 같은 구름이 걸쳐져 있는 그림 같은 풍경 속에 한가로이 누워있는 소떼들과 들꽃을 볼 수 있다. 특히 ‘TGV Duplex’라고 표기되는 테제베 2층 차량에서 내려다 보는 차창 풍경은 더욱 특별하다. 파노라마 같은 풍광을 뒤로하고 열차에서 내리면 프로방스를 사랑했던 화가들의 발자취와 라벤더 꽃밭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탈리아: 제네바~라 스페치아

제네바는 만화 ‘엄마 찾아 삼 만리’의 배경이자, 이탈리아 제2의 항구도시다. 라 스페치아는 몇 년 전부터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친퀘테레의 시작점이 되는 마을로, 이 두 도시의 공통점은 리구리아 절벽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기찻길 상행과 하행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구간은 특별히 도착지의 처음과 끝을 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작은 마을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황금노선이다. 특별히 친퀘테레에 속한 마을에 들르지 않고도 바다를 품은 수많은 간이역을 지나게 된다. 이곳 기차여행의 매력은 같은 바다를 향해 있지만 제 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을의 개성이다. 기차 차창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 이 노선 중에 어느 마을에 하차할지는 순전히 그날의 느낌에 달렸다.

독일: 마인츠~뤼데스하임

유명한 독일 라인강을 따라가는 기차 여정이다. 이곳에선 초고속열차 ‘이체에’를 타더라도 일반 열차와 같은 속도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일반 철로가 깔려 있어서다. 보통 프랑크푸르트나 쾰른 같은 주요 도시에 접근하기 좋은 마인츠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특히 쾰른에서 코블렌츠를 지나 오는 여정은 지방 고성과 로렐라이 언덕까지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추천 여정이기도 하다. 마인츠를 시작으로 라인강을 따라 구릉비탈에 자리잡은 와인농장들이 풍경을 채운다. 비스바덴을 경유해 아담한 사철을 타는 또 다른 느낌의 기차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뤼데스하임에 도착하면 창가로 보이던 포도농장과 더불어 독일 특유의 아기자기한 마을을 직접 관광할 수 있다.

스위스: 루가노~생 모리츠

이 노선은 일반 기차여행이 아닌 관광열차 ‘베르니나 특급’ 노선 중 일부다. 빙하특급이나 골든패스라인 같이 스위스 중심부에 노선이 있는 다른 관광열차와 달리 한국에 덜 알려진 관광열차다. 베르니나 특급 구간을 추천하는 이유는 스위스 특유의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벗어나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또 다른 맛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196개 교량과 해발 2253m에서 설원과 초원을 오가는 모험 같은 여정을 선사한다.


베르니나 특급의 정차 도시 중 선택한 루가노는 4개 언어를 쓰는 스위스의 이탈리아 지역으로, 정갈한 스위스식 이탈리아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생 모리츠는 전 세계 부호와 유명인사가 즐겨 찾는 고급 리조트들이 여름·겨울에만 손님을 맞이하는 특별한 곳이다. 특별한 기차와 함께 또 다른 스위스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기차여행이다.


여행팁

레일유럽 4A는 프랑스 국영 철도청(SNCF)과 스위스 연방 철도청(SBB)의 투자 기업으로 전 세계에 유럽 철도 상품(유레일 포함)을 공급하는 회사이며, 본사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레일유럽(raileurope.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남림 기차여행전문가 rimy@rimy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