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百 회장의 도전…"한섬, 글로벌 명품 회사로 키운다"

입력 2014-02-09 21:55
'덱케' 로 고급 핸드백 시장 도전
간판 여성복 '타임' 고급화
하반기부터 M&A 시너지 기대


[ 민지혜/임현우 기자 ]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사진)이 계열사인 한섬 키우기에 나섰다. 인수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실적이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어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내린 처방은 고급화와 명품화다. 한섬을 명품 기업으로 육성해 현대백화점에 버금가는 핵심 성장동력으로 만든다는 게 정지선 회장의 구상이다.

한섬은 9일 새 핸드백 브랜드 ‘덱케(DECKE)’를 선보이고 5년 안에 연 매출 1000억원대의 메가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덱케는 고급 제품인 프레스티지 라인 가격이 100만~300만원대로, 30대 여성을 핵심 소비자로 겨냥하고 있다. 핸드백 시장에서 이른바 4대 준명품으로 꼽히는 ‘MCM’ ‘루이까또즈’ ‘닥스’ ‘메트로시티’와 경쟁한다는 전략이다.

한섬은 “여성복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변화해 안정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현대백화점과 자사 편집매장 등을 중심으로 덱케 매장을 10곳 이상 낼 계획이다. 또 현대홈쇼핑의 해외 사업망을 활용해 중국, 베트남 등에도 덱케를 진출시키겠다고 밝혔다.

한섬은 또 토종 브랜드 ‘타임’을 해외 명품에 버금가게끔 고급화하기로 했다. 원단 소재를 수입 명품과 동급 이상으로 사용하고, 매장 외관도 독특하게 꾸며 차별화할 방침이다. 타임은 정장 한 벌에 100만~300만원 안팎인 고급 여성복으로, 해마다 꾸준히 800억~9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이다. 고급화를 통해 2017년 국내 7000억원, 해외 3000억원 등 총 1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백화점은 본점 지하 2층에 있는 타임 매장을 해외 명품이 몰려 있는 3층으로 옮길 계획이다. 백세훈 한섬 마케팅팀장은 “타임을 수입 명품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파워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섬은 다음달에는 자체 편집숍 브랜드 ‘톰그레이드하운드다운스테어즈’를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 생통주 거리에 내기로 했다. 총 297.5㎡(90평) 규모 매장엔 수입 브랜드뿐 아니라 토종 브랜드인 ‘시스템’ ‘시스템옴므’ 등도 입점시키기로 했다. 국내 편집매장이 유럽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1월 4200억원을 투입, 한섬 지분 34.6%를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정 회장이 당시 정재봉 한섬 사장을 만나 담판을 지어 인수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은 한섬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하지만 한섬 매출은 2011년 4892억원에서 2012년 4895억원으로 제자리걸음했고 지난해엔 3분기까지 2943억원에 그치는 등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인수합병(M&A) 이후 한섬이 알짜 해외 브랜드인 ‘지방시’ ‘셀린느’ ‘발렌시아가’ 등과 수입 계약 연장에 잇달아 실패한 여파다. 업계와 증권가에선 정 회장이 한섬 키우기에 직접 나선 만큼 올 하반기 한섬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지혜/임현우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