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텔레콤 '맏형자리' 위협
영업이익 9배 껑충…반도체 4위, 시가총액 15조 → 27조 날아올라
최태원 회장 '최고의 승부수'
반도체 최악 경기때 인수해 4조 선제 투자…경쟁 우위로
[ 이태명/윤정현 기자 ]
SK하이닉스가 오는 14일로 SK그룹 편입 2주년을 맞는다. 10조원이 넘는 부채 탓에 2001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이후 10년간 ‘생존’을 고민했던 하이닉스는 SK그룹의 ‘일원’이 된 지 2년 만에 환골탈태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순위만 해도 7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 메모리반도체 기준으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작년엔 영업이익 3조38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을 제치고 SK그룹의 최대 ‘캐시카우(수익창출원)’ 회사로 부상했다. 처음 인수 당시 ‘무리한 M&A(인수합병)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던 평가도 2년 새 ‘최태원 SK 회장이 내린 최고의 결단’으로 바뀌었다.
◆숫자로 본 SK+하이닉스 2년
SK는 2011년 하반기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시장에선 3조3000억원이 넘는 인수 금액과 함께 SK와 하이닉스의 결합이 낼 시너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않았다. 그러나 2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는 당시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실적으로 증명했다.
SK 편입 이전인 2011년 하이닉스는 매출 10조3960억원에 영업이익 3690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작년엔 매출 14조1650억원, 영업이익 3조3380억원(영업이익률 24%)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년 전보다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9배가 늘었다.
이에 따라 그룹 내 위상도 변했다. 2012년 글로벌 반도체 업계 불황으로 2270억원 영업적자를 냈을 때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으나 작년엔 그룹 내 최고 실적으로 ‘백조’가 됐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에서 SK이노베이션(1조3817억원, 2%), SK텔레콤(2조111억원, 12%)을 훌쩍 앞선 것.
또 하이닉스 편입 이후 그룹 전체 연간 수출액은 2년 연속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SK그룹 총 수출액은 614억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액(5597억달러·추정치)의 10.9%에 달했다. SK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급부상으로 SK의 간판사업이 정유, 통신에서 반도체로 바뀌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내실도 좋아졌다. 시가총액은 SK 편입 직전 15조9000억원(2012년 2월13일 기준)에서 이달 7일 27조91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오너 리더십’이 만들어낸 성공작
SK하이닉스의 ‘비상’은 최태원 SK 회장의 결단과 과감한 지원에 힘입은 것이라는 게 재계와 전자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하이닉스 인수와 그룹 편입 이후 투자를 최 회장이 주도했다는 점에서다.
최 회장은 2011년 하반기 그룹 안팎의 우려에도 하이닉스 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012년 2월14일 인수 직후 열린 이사회에선 직접 하이닉스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 “하이닉스는 SK만의 기업이 아닌 국민이 기업”이라며 “책임지고 하이닉스를 성공시키겠다”고 자신했다.
최 회장은 이 약속을 지켰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무렵인 2012년 2월 일본 엘피다가 파산을 선언했다. 메모리반도체 시황 악화로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일 때였다. 그러나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직후 시설투자에 3조85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경쟁사들과 달리 2012년보다 투자를 10% 늘린 것.
하이닉스는 이 돈으로 충북 청주에 새 낸드플래시 라인을 지었다.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업체 아이디어플래시 등도 인수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건 2012년 최 회장 주도로 선제 투자를 한 덕분”이라며 “작년 이후 모바일 분야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을 때 경쟁우위에 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외부 전문가도 대거 영입해 하이닉스 기술경쟁력을 다졌다. 작년 반도체 전문가인 오세용 서울대 교수와 이석희 KAIST 교수를 영입한 데 이어 올해도 임형규 전 삼성종합기술원장과 서광벽 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을 각각 SK그룹 ICT총괄 부회장과 하이닉스 미래기술전략총괄 사장으로 영입했다. SK 고위 관계자는 “올해도 하이닉스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 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다만 조만간 있을 재판 결과에 따라 최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게 (하이닉스와 그룹 경영의) 큰 변수”라고 우려했다.
이태명/윤정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