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 11만개 증가 그쳐
실업률은 6.6%…구직 포기 늘어 '착시'
Fed, 테이퍼링·초저금리는 지속할 듯
[ 뉴욕=유창재 기자 ]
미국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고용시장 회복세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제조업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 이어 고용지표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경제가 경기확장 속 일시 정체를 뜻하는 ‘소프트패치’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수가 11만3000명 늘어났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18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12월의 신규 일자리 수 7만5000명에 비해서는 다소 늘어났지만 작년 11월까지 매월 20만명 가까이 일자리가 생겨났던 것을 감안하면 부진한 수치다. 노동부는 지난해 월평균 19만4000명의 일자리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년 12월과 지난달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최근 3개월 평균은 15만4000명으로 줄었다.
가계를 대상으로 별도 조사하는 실업률은 6.6%로 지난해 12월 6.7%에서 0.1%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작년 1월 7.9%에 달했던 실업률은 1년 새 1.3%포인트나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는 구직 포기자가 늘어나면서 고용시장 참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고용시장 참여율은 63.0%로 전달 62.8%에 비해서는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6일 “전통적으로 실업률이 중요한 지표이기는 하지만 많은 미국인이 느끼는 노동시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은 12월에 이어 1월에도 이례적으로 추운 날씨가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점이다. 이 경우 북극성 한파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작년 12월과 달리 1월엔 날씨만을 탓하기에는 무리다. 날씨에 민감한 건설업종에서 예상을 크게 웃도는 4만8000명의 일자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건설업에서 2만2000명의 일자리 수가 줄어들었다.
반면 날씨에 민감하지 않은 업종에서 일자리 수 증가세가 둔화됐다. 제조업 일자리 수는 2만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지난해 고용시장 회복에 크게 기여했던 헬스케어 업종의 일자리는 아예 늘어나지 않았다. 헬스케어 산업은 지난해 월평균 1만7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제조업지수와 고용지수가 잇따라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다시 미국 중앙은행(Fed)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의 속도를 줄일 수도 있다는 기대에서다. 지난달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는 전달 56.5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51.3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가 큰 충격에 빠지지 않는 한 Fed가 한 달에 채권 매입 규모를 100억달러씩 줄이는 테이퍼링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고용지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기는 하지만 충격이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대신 Fed는 현재 제로수준인 목표금리를 더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이른바 사전안내(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시장을 안심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주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첫 의회 청문회에서 금리 정책 관련 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리 인상의 기준으로 제시해왔던 실업률 6.5%를 낮출지가 관심이다. 이미 실업률이 6.6%까지 떨어진 만큼 기준 변경은 불가피해 보인다. 표면적인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지는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실업률 하락은 늘어난 구직 포기자들이 실업률 산정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만 풀이할 수는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