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에 뜬 정몽구…"현대제철 안전체계 싹 바꿔라"

입력 2014-02-07 21:17
안전예산 5000억·인력 200명으로 확대 지시
"생명의 문제…사고 재발땐 엄중 문책" 경고
조만간 외부전문가 안전진단…작업표준 개정


[ 서욱진/이상은 기자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7일 오전 9시께 굳은 얼굴로 충청남도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찾았다. 아무런 예고없는 불시 방문이었다. 당진제철소에서는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0여건의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정 회장은 두 시간가량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후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직접 제철소의 안전관리시스템 현장 점검에 나섰다. 제철소 안에 있는 위험 지역을 둘러보고, 안전 설비와 원칙의 준수 여부를 꼼꼼히 살폈다.

정 회장은 이날 “당진제철소의 안전관리 체계를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점검하고 혁신하라”고 강하게 지시했다. 특히 현대제철이 마련한 안전관리 혁신안의 조속한 실행과 근본적인 안전의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어 “안전 관련 투자예산 4배 증액 등 안전 예산과 전담 인력도 대폭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현대제철은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안전 관련 투자예산을 작년 12월 초 발표한 12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 집행하기로 했다. 안전관리 인력도 분야별 외부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기존 발표한 150명에서 200명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현대제철 임직원들에게 “안전은 소중한 생명의 문제이며 행복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의 기본”이라며 “안전이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대 재해사고가 다시 발생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문책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초 전담인력 확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합 안전관리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사고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부사장 2명과 전무 1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정 회장의 이번 발언은 사고가 재발할 경우 최고경영진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의 이날 불시 점검은 당진제철소가 전면적인 쇄신을 통해 글로벌 철강사의 위상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안전한 산업현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도 “글로벌화되어 있는 사업장과 관리체계를 혁신해 조직의 효율과 역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제철은 조만간 외부 안전전문 기관과 함께 당진제철소에 대한 긴급위험성 평가를 실시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작업 표준을 제·개정할 계획이다. 또 제철소의 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300여명의 상설점검반을 편성키로 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관리공단, 협력·외주사 등과 점검 결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가스·전기·기계·소방 등 분야별 안전체험 교육장 운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내실화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당진제철소에 연산 400만t 규모의 제3고로(용광로)를 준공하고 쇳물 생산을 시작했다. 철강업계에서는 3조6500억여원을 들여 2011년 4월 착공한 3고로 건설을 서두르기 위해 안전수칙을 잘 지키지 않은 것 등이 사고가 많았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우리 임직원들은 물론이고 관계사와 협력사까지 안전수칙 준수가 몸에 밸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이날 경영실적 설명회를 갖고 지난해 매출 12조8412억원과 영업이익 7166억원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전년보다 각각 9.3%, 17.7% 감소한 수치다.

서욱진/이상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