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기대 이하 실적 탓
[ 이정선 기자 ] 주가 급락에 놀란 애플이 최근 2주간 140억달러(약 15조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달 28일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내린 조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는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실적 발표 후 주가가 8% 하락한 데 충격을 받았다”며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애플의 지난 4분기 실적은 순이익 131달러, 매출 576억달러였다. 이 기간 아이폰 판매량은 5100만대로 전년 동기의 4780만대는 넘었으나 시장 예상치(5530만대)를 밑돌았다.
쿡 CEO는 또 “이번 매입을 포함해 지난 12개월간 400억달러가 넘는 자사주를 사들였다”며 “이는 규모가 다른 기업과 비교해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작년 초 6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오는 3월이나 4월께 자사주 매입 현황을 업데이트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실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애플 주식 40억달러어치를 사들인 기업사냥꾼이자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은 애플이 자사주를 계획보다 더 많이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주총에서 9월 말까지 애플이 500억달러를 추가 매입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쿡 CEO는 “단기 트레이더들이 아닌 장기 투자자들의 이해에 맞게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며 “당장 내일 인수하고 싶은 큰 기업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보유 현금을 인수합병(M&A) 등 생산적인 곳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는 또 “이번 자사주 매입은 애플에 베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