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전격 경질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부적합한 인물의 예견된 낙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여론재판이었고 국회가 여수 사고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희생양이 됐다는 측면도 없지 않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윤 장관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번 해임으로 장관들이 입을 닫게 되고 정부의 소통부재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야당이 내각총사퇴 식의 뻔한 3류 정치공세를 시작하는 것도 작은 부작용이다.
윤 장관의 발언 중 여론의 반발을 부른 것은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이고, 어민이 2차 피해자”라는 대목이다. 정치권은 윤 장관이 기본적 문제 인식조차 못 한다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 발언은 엄연한 사실이다. 선박이 먼저 GS칼텍스 송유관을 파손했고, 이게 2차로 어장 오염으로 이어졌다. 사고 책임도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온 정치권은 장관이란 사람이 기업은 두둔하고 어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몰아간 게 요 며칠의 해프닝이다. 팩트는 상관없이 대기업이면 무조건 가해자라는 정치권의 여론몰이와 일부 언론의 어처구니없는 마녀사냥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문제삼아 장관을 해임하기 시작하면 광우병은 누가 나서서 싸울 것이며 민영화 괴담은 누가 나가서 막을 것인가.
앞으로 내각이 어떻게 돌아갈지 걱정이다. 그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고, 총대를 메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는 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될 게 틀림없다. 내각에는 오로지 공식언어와 문어체 언어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장관은 없고 아전만 득세할 것이다. 그럴수록 국민과의 소통이 멀어질 것은 당연하다. 예상대로 관가는 벌써 초긴장 상태다. 모두가 입을 다물 것이다.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