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개척 첫걸음 '공적원조'
[ 남윤선 기자 ] 현대엔지니어링은 케냐 올카리아에 280㎿짜리 지열 발전소를 짓고 있다. 완공되면 케냐 전기 생산량이 20% 늘어난다. “케냐 정부가 고마워하겠다”고 묻자 현장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일본에 고마워하겠죠. 일본 돈으로 짓는 거니까요.”
공사 자금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가 댔다. 프로젝트파이낸싱과 입찰도 도요타상사가 맡았다. GS건설도 조만간 탄자니아에서 JICA 돈으로 열병합발전소를 짓기 시작한다.
아프리카 개척의 첫걸음은 정부 주도의 공적개발원조(ODA)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기회의 땅’을 선점하기 위해 엄청난 종잣돈을 퍼붓고 있다. 중국의 물량 공세는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다. 공식 발표한 연간 아프리카 원조금액은 약 180억달러(2009년)로 미국(약 300억달러)보다 적다. 하지만 실제는 훨씬 많이 쓴다는 게 정설이다. 가테라 소테리 유엔아프리카개발위원회(UNECA) 인프라스트럭처부문장은 “중국 정부가 워낙 많은 돈을 대는 데다 중국 기업은 저가에 입찰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물량이라면 일본은 전략이 뛰어나다. 선봉엔 종합상사가 있다. 대관 인맥이 탄탄하고, 민간자금을 끌어오는 PF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현지 한국 기업 관계자는 “입찰공고가 뜨면 일본 상사들이 가장 먼저 아는 경우가 많으며 입찰 시에도 현지 정부에서 정보를 얻어내 경쟁사보다 저가를 써낸다”고 토로했다.
반면 한국은 규모와 전략, 조직에서 다 밀린다. ODA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개발원조위원회(DAC) 23개 회원국 중 17위(13억달러·2011년 기준)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비율은 0.12%로 그리스(0.11%)를 제외하곤 꼴찌다.
지원 전략도 주먹구구다. 정책 총괄은 국무조정실,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 산하 수출입은행, 무상원조는 외교부 산하 KOICA가 맡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개별 ODA 사업을 진행한다. 신속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JICA는 일본 전체의 유·무상 원조를 총괄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