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출中企, 엔저공습 극복하려면

입력 2014-02-05 20:29
수정 2014-02-06 04:47
"급격한 엔저에 대일수출도 급감
환변동보험 활용해 환헤지하고
체질개선해 생산성 끌어올려야"

박명섭 < 성균관대 교수·한국무역학회장 >


작년 10월 제주 성산포에서 맛본 광어회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일본에 수산물을 수출하는 한 양식업체가 성산포 바닷물을 끌어올린 양식장에서 잡은 광어였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이 업체의 사무실에서 학생들과 교수가 광어회를 즐기면서 사장님과 1시간 정도 수산물의 일본 수출과정과 애로사항에 대해 얘기했다. 사무실 앞에서 활어차에 실어 제주항으로 보내고 이것을 다시 부산항으로 보내고, 이게 다시 환적돼 시모노세키로 간다고 한다. 시모노세키 도착 후엔 여러 유통·가공 과정을 거쳐 일본 내의 슈퍼에 도착, 최종적으로 일본인들의 식탁에 오른다.

이 운송, 보관, 통관, 포장, 하역 등의 공급사슬 과정에 있는 한·일 간 물류문제와 신용장 등 대금결제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밀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이 수산물 소비가 많은데,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 최고인 일본에 수산물 수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양식업체는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글로벌 무역 성장사다리 프로그램’에 선정된 수출 초보기업이다. 무역보험공사의 이 프로그램은 중소·중견기업을 수출 초보기업, 수출 유망기업, 글로벌 전문기업 등 성장 단계별로 나눠 맞춤형 무역보험 및 무역지원 서비스를 융합해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1시간의 짧은 미팅인 이유도 있었지만, 현재의 엔저 공습을 보면서 환위험관리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쉽다. 농식품이나 수산물은 대일 수출비중이 약 40%에 달해 엔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이다. 그런데 이들 업종에 속한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 전략 수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일부 업체들은 급격한 엔저현상으로 수출을 포기한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일 수출 중소기업에 대해 환변동보험 활용을 추천하고 싶다. 중소기업들은 마진이 크지 않기 때문에 환변동보험 가입을 안 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업계가 마진 때문에 환변동보험 가입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키코(KIKO)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에 환변동보험 가입을 안 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농수산물 수출기업과 같은 영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업종단체나 지자체,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같은 곳에서 환변동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잘 활용하면 헤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환율 전문가들이 일정기간 장래 환율을 전망해 발표하는데, 여러 전문가들의 환율을 평균한 것을 사업계획 환율로 잡고, 시장환율이 사업계획 환율 이상으로 올라가면 장래 수출물량의 일정부분을 분할해서 환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헤지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올인’하면 절대 안 된다.

일본과의 경제적, 지리적인 연관성을 볼 때 한국은 엔저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다. 지난해 대일 수출은 10.4% 감소했으며, 수입은 6.7% 감소했다. 수출도 줄었고, 수입도 줄었지만 수출 감소 폭이 수입 감소 폭보다 큰 것은 엔저 여파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엔저 상황에 대해 통화당국의 정책 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원·엔 환율은 도쿄외환시장에서 결정된 엔·달러 환율과 서울외환시장에서 결정된 원·달러 환율을 달러기준으로 결합해 계산한 재정환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론 환변동보험을 통해 엔저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항구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손잡고 보다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에 나서는 생산성 제고 노력이 절실하다.

박명섭 < 성균관대 교수·한국무역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