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학교 밖에서 총장 찾는 대학생들

입력 2014-02-05 13:29
수정 2014-02-05 20:04
서울대·고려대 등 대학생 6명 대교협 총회 기습시위


[ 김봉구·김민재 기자 ] "등록금 1000만 원 시대에 총장님은 안녕들 하십니까. 학생들의 삶은 팍팍한데 안녕들 하십니까."

5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회의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이 오전 일정을 마치고 식사를 위해 행사장을 나서는 순간 서울대·고려대 등 대학생 6명이 기습시위를 벌였다.

피켓을 든 대학생들은 "학생들 몰래 학과가 통폐합되고 있는데 안녕들 하십니까" "학생들의 대자보가 하루 만에 철거되고 있는데 안녕들 하십니까"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앞을 막아섰다.

피켓에는 '있는 걸까? 없는 걸까? 대학예산 회계자료 있으면 왜 안 주나요?' '총장님은 억대 연봉, 강사는 1000만 원, 청소노동자는 최저임금 정상입니까?' '법정부담전입금, 대학 재단이 책임져야 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최근 대학가의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 속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만났다고 밝인 이들 학생은 "학교에서 등록금 문제, 학과 통폐합 문제 등으로 총장님을 뵈려 해도 만나볼 수 없어 총장님들 모임인 대교협 총회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고려대생 강훈구 씨(정치외교학과3)는 "학생들의 어려운 처지를 알려드리기 위해 만나 뵈러 온 것"이라며 "우리 모습을 (총장님들이) 모르셔서 이러시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고도 했다.

특히 학생들과 총장들의 입장 차는 등록금 문제에서 크게 엇갈렸다.

앞서 총장들은 회의에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대한 대교협의 입장 및 건의(가안)'란 건의문을 통해 "대학평가 과정에서 법정한도 내에서의 등록금 책정에 대해서는 감점이나 불이익 등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재정지원 연계 등을 통해 대학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도하는 등 지나친 간섭을 자제해 달라는 것. 등록금 수준을 대학이 알아서 책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 마디로 등록금 올릴 수 있게 해 달라는 건데 황당하다"며 "앞으로 신입생 숫자는 줄어든다는데, 대학들이 학생 등록금 많이 받고 이월 적립금 쌓아서 뭐할 것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경닷컴 김봉구·김민재 기자 kbk9·mjk11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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