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리기, 눈앞조차 안 보인다…방망이 짧게 잡고 '중위험 중수익'

입력 2014-02-05 06:57
다시 짜는 재테크 전략

주가 떨어져도 수익 내는 롱쇼트펀드 관심 더 높여야
稅테크로 새는 돈 막아라…비과세상품으로 수익 보전
시중금리 오를 가능성, 단기상품에 머무르며 관망


[ 김일규 기자 ]
새해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본격화와 이에 따른 신흥국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다. 중국 경기 전망도 밝지는 않다. 안으로 눈을 돌려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새해 장을 시작하자마자 주가는 내리막이다. 부동산 관련 법률이 작년 말 국회를 통과했지만 집값이 살아날 기미는 아직 없다. 오히려 삼성전자의 실적 둔화, 원화 강세, 내수 부진 등 악재만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바람직한 재테크 방법은 무엇일까.

○롱쇼트 전략 헤지펀드 유망

올해 재테크 시장에서도 ‘중위험·중수익’ 헤지펀드 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유망 투자 대상으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롱쇼트펀드’를 추천했다. 롱쇼트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매수하고, 내릴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미리 파는 전략으로 차익을 쌓아가는 투자상품이다. 연초부터 코스피지수가 떨어지고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 흐름을 고려, 당분간은 롱쇼트펀드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게 은행권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이형일 하나은행 PB본부장은 “상반기까지는 롱쇼트펀드와 단기 하이일드 상품으로 자산을 굴리려는 자산가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1인당 5억원 이상만 투자할 수 있는 한국형 헤지펀드는 2011년 말 출범한 지 2년여 만에 2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와 함께 주식형펀드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 본부장은 “최근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오히려 기회로 생각하고 싼값에 매입하려는 수요들이 있다”며 “어차피 수익률 싸움인데 주가가 2100선까지만 가더라도 은행 예·적금보다는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절세

지난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되고 소득세 최고세율(38%) 과표구간이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하향 조정돼 ‘절세’는 올해 재테크 성적을 가름할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비과세·분리과세 상품을 찾는 자산가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비과세 상품으로는 △생계형 저축 △상호금융 출자금 및 예탁금 △장기저축성 보험 △국내 주식형펀드 △재형저축 등이 있다. 성열기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센터장은 “장기저축성 보험의 경우 6개월마다 선납 형태로 거액을 넣는 자산가가 꽤 있다”며 “다만 유전펀드 하이일드펀드 같은 분리과세 상품은 1인당 가입 한도가 낮은 데다 투자 위험도 작지 않기 때문에 적극 추천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원금이 증가하는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해 발행분까지는 원금 증가분에 대해 비과세 혜택도 있다. 이자 소득분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게는 특히 도움이 되는 상품이다. 상호금융 출자금 및 예탁금은 내년 가입분까지만 혜택을 받는다.

거액 자산가들은 비과세 한도 내에서 가족에게 증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박정국 외환은행 세무사는 “거액 증여는 연초에 하는 것이 연간 금융소득을 분산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 은행 PB센터를 찾은 C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C씨는 근로소득이 2억원이지만 금융자산이 20억원이나 된다. 연 3% 금리를 감안해도 금융소득이 6000만원에 달한다. 2000만원에 대한 이자소득세와 40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때문에 내년에 내야 할 세금이 1848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C씨는 내년 초 배우자와 자녀에게 비과세 한도인 6억원과 3000만원을 각각 증여하기로 마음먹었다. PB와 상담한 결과 증여 후 본인에게 남은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4110만원)과 배우자 수익(1800만원), 자녀 수익(90만원) 등을 감안하면 세금이 1411만원으로 437만원을 절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기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발생했다. 위기는 유럽의 선진국으로 옮겨 붙었다. 선진국이 소방수 역할을 하기는커녕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양적완화로 풀린 돈은 대거 신흥국으로 몰렸다.

올해부터는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은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갔다. 신흥국에 들어와 있던 자금은 탈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 경제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으며, 유럽 경제도 안정되는 추세다. 이런 추세라면 신흥국에 투자됐던 돈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과 미국 펀드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안전자산과 투자상품 비중을 6 대 4 정도로 짜놓되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상품 비중을 조금씩 늘리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 대비

최근 부자들이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것 중 하나는 환율 흐름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작은 올해 달러화 강세에 힘을 싣고 있다. 해외 유학생, 여행객 등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희수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환율 위험을 헤지하거나 환율 변동을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자산가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대비해 ‘목표 환율’을 정해놓고 분할 환전하는 것이 좋다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가령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1050원으로 예상하면 이 밑으로 떨어질 때마다 나눠서 환전하는 방식이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외화 통장을 이용해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노릴 수도 있다”며 “환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된다”고 설명했다. 달러 환율에 연계된 투자 상품으로 수익을 내려는 자산가들도 있다.

○단기 상품 관심 급증

거액 자산가 중 상당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국내 시중금리가 조만간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당장 은행 예·적금에 돈을 넣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영아 과장은 “만기 1년 이상 예·적금은 거의 찾지 않는 분위기”라며 “단기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은 양도성예금증서(CD)와 환매조건부채권(RP)이다. 이 과장은 “3~6개월짜리 CD나 RP로 돈을 굴리면서 금리 추이를 지켜보자는 것이 최근 자산가들의 추세”라고 덧붙였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면서 투자수익 기대치를 낮추려는 추세도 뚜렷하다. 양수경 신한PWM이촌동센터 팀장은 “1~2년 전만 해도 주식형 상품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 목표수익률로 최소 연 7~8%를 원했는데 지금은 5~6% 선까지 떨어졌다”며 “고객들이 철저하게 위험을 분산하면서 자산배분형 포트폴리오를 짜려는 것도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라고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